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합의사항의 의미와 남북경제관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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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통일연구원 발표자료 (2005년 7월 13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가 2005년 7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어 총 12개항에 달하는 사안들이 타결되었다. 남북은 새로운 방식의 경협과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을 비롯, 개성공단 건설을 촉진하고 철도·도로 개통에 합의했다. 또한 수산협력을 포함,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위한 해운협력, 임진강 수해방지대책, 개성과 금강산특구지역의 경제협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의서 발효, 쌍방의 경제시찰단을 상호 교환하고 과학기술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끌어 냈다. 더불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측에 쌀 50만 톤을 차관방식으로 제공하는 데도 합의했다.

남북간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추진 합의는 남북의 경제적 특성을 감안한 방식의 경협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기존의 상품교역을 위주로 하는 단순 교역보다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자원·자본·기술 등 경제적 요소를 결합시킨 경협사업을 추진, 경협의 범위를 확대하고 촉진시키려는 의도에서 제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의복·신발·비누 등 경공업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재를 남한으로부터 제공받는 대신, 남한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여 북한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 아연, 마그네사이트, 인회석정광 등 경제성있는 자연자원을 개발, 그 생산품을 제공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한은 대외의존적인 광물자원의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북한은 주민용 생필품 공급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사실, 북한에는 총 360여 종에 이르는 비교적 풍부한 광물자원이 분포·매장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만 하더라도 220여 종이 된다. 매장량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광물만 하더라도 중석, 흑연, 중정석, 형석 등 7종이나 된다. 북한의 자연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전력 및 수송 등 기반확보와 이를 위한 엄청난 재원이 조달되어야 하나, 원자재에 대한 남한의 해외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으며, 해외시장 수출까지 겨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올 9월 개성공단 내 개설되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는 향후 남북경협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까지 대북경협을 위해 평양 등지로 진출하려는 남한 기업은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대북 담당자와의 접촉을 베이징이나 단둥 등지에서 행했다. 자연히 경비와 시간이 크게 부담되었다. 또한 직접적인 통신이 이루어지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으며, 막상 경협 파트너와 만나도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개성에 경협협의사무소가 개설되면 이와 같은 문제는 상당한 규모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경협협의사무소에는 정부 당국자가 상주하는 것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경협과정이 보다 투명하고 안전하게 추진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다. 경협협의사무소에 종사하는 개별 당국자의 역할은 교역품목 및 경협사업 안내, 거래 알선, 경협을 위한 면담주선, 투자교역정보자료 제공 및 청산거래의 창구 역할 등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의 경협협의사무소는 궁극적으로 대북 진출기업을 지원하고 대형 경협 프로젝트까지도 추진시키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경협지원 종합센터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마무리하고 열차·도로의 시험운행을 10월경에 진행하는 데 합의한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열차 시험운행·도로 개통행사는 제9차 경추위(2004.6.5) 합의사항이었으나, 남북대화 중단으로 실시하지 못했다. 이번 합의로 2000년 7월부터 시작된 남북철도·도로 연결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 경의선 철도 남측구간은 공사가 이미 완료된 상태다. 북측구간도 궤도부설을 완료하고 역사공사와 신호·통신·전력계통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따라서 군사적 보장조치가 마련되는 데 따라 금년 내 철도 개통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남북간 철도·도로가 개통된다면 앞서 언급한 새로운 경협모델을 추진하는 데에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한간 운송은 해로를 이용해 왔으나, 중량이 큰 물품 수송은 물류비가 상당히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철도를 이용할 경우, 물류비는 물론 시간 면에서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경추위 합의를 통해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은 크게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핵문제가 긍정적 해결의 가시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에는 본 합의는 향후 남북 경제관계를 새롭게 열어가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6차와 8차에서 합의한 바 있으며, 본 회담에서도 반복 합의된 경제시찰단의 상호 교환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는 최근 시장경제 요소가 적용되고 있는 북한에게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경제운용에 상당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 합의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은 북한 경제발전과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농업부문의 협력과 인적 교류의 활성화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관광부문 등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농업은 북한이 올해 ‘주공전선’으로 삼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인 만큼, 남북협력이 필히 추진되어야 할 대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농자재 생산이나 합영농장의 시범운영을 포함,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협력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 건설 진전과 연결된 개성관광이나 개성을 통해 평양과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는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올 9월에 개최될 제11차 경추위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협의 사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윤(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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