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아르헨 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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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붸노스아이레스=이영섭 특파원】포클랜드섬에 포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군은 산카를로스에 상륙한 영국군에 대해서 소규모전만 하고있지 총공격은 삼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만약 아르헨티나군이 방어진지를 나와 공세를 가한다면 영국군의 유인작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협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의 주권을 먼저 인정하라고 고집하고 있고 영국은 먼저 군대를 철수하라고 주장하고 있어 일시적 휴전외에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아르헨티나의 입장에서는 포클랜드 점령과 주권선언이「레오폴도·갈티에리」대통령의 정치생명과 직결돼 있다. 작년 12월 쿠데타로 집권한 현 군사정권은 포클랜드 탈환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4월의 무력점령 때문에 모처럼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데 성공했다.
국민들은 가슴에 아르헨티나 국기와 배지를 달고 있고 전시가의 빌딩과 가로등에는 4월이후 연일 국기를 펄럭이게 게양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군중대회로 『말비나스(포클랜드) 사수』를 외치며 애국적으로 뭉쳐있다.
『말비나스 사수』주장은 군부내 뿐만 아니라 민간관료나 민간정치인 사이에서도 강력하다. 특히「페론」지지자들은 군중대회를 열고 말비나스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런 입장은 아르헨티나군이 결과적으로 영국군에 패배해서 현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자기네들의 민간정부로 복귀하게 될 것을 바라는 속셈에서 나온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갈티에리」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군사적 패배가 눈앞에 보여 협상조건을 완화하고 싶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도 없게 돼 있다.
군부안에서는 육군참모총장을 겸한「갈티에리」대롱령 자신도 강경하지만 포클랜드 점령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추진해온 해군이 특히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다.
3인 군사평의회위원의 한사람이며 해군참모총장인 「호르헤·아나야」 제독은 『주권승인을 먼저 받기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말라』고 군사정부 안에서 강경노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르헨티나군이 재기불능으로 대패하면 몰라도 현 군사정권이 있는 한 협상에서 아르헨티나가 뒤로 물러설 수는 없는 실정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우리의 결의는 굳으니 영국이 양보하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포클랜드일대의 겨울바다는 남대서양태풍의 거의가 이곳에서 발생할 정도로 거칠기로 유명하며 시속 30∼40마일의 강풍은 영국 헬리콥터의 작전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전투를 오래 끌수가 없다.
그렇다면 결전은 불가피하고 확전은 분명한데 현재의 국지전에서 어느선까지 전쟁이 확대될 것인가가 문제다.
이곳 붸노스 아이레스 사람들은 영국군이 아르헨티나 본토 대도시에 대해 공습을 가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포클랜드의 국지전에서도 아르헨티나군이 상당히 전과를 올려 유리한 젓으로 알고있을 정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이 확대되면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 본토기지 몇곳에 대한 영국군의 공습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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