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낳은 갯마을 소녀들|충남 언암교 여국핸드볼서 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갯마을에 기적이 일어났다』-. 조개껍질 줍던 어린 소녀들이 전국을 제패한 것이다.
충남 서산군 해미면 언암리 바닷가에 이웃한 언암 국민학교-. 학생 수가 고작 7백명(남 3백60·여 3백40) 남짓한 자그마한 갯마을학교 여자핸드볼팀이 이번 소년체전에서 전국의 강호들을 차례로 따돌리고 여국부 패권을 차지하면서 정상고지에 우뚝 선 것이다.
여국부 결승에서 언암국교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서울의 강호 우신국교를 l5-10으로 꺾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이곳 충무체육관은 온통 놀라움과 환호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김창규 지도교사(33)는 『오로지 눈물과 화합의 결실』이라며 『무엇보다도 주민의 성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버스를 전세 내어 응원왔다는 언암국교 어머니회 최영분 회장(37)은 『이같은 영광은 마을 유사 이래 처음 있는 경사』라면서 『어서 빨리 돌아가 자랑스런 우리 선수를 맞을 채비를 서둘러야겠다』고 자못 감격해했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11개 부락의 2천4백 여명으로 절반이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데 핸드볼팀이 탄생되기는 지난 79년11월.
실내체육관이 따로 없어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무려 16㎞나 떨어진 서산농고 체육관을 빌어 연습을 해야했지만 그렇다고 잠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처음엔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민들도 점차 새롭게 인식, 『언암국교 핸드볼팀은 마을의 자랑』이라면서 주머니 돈을 털어 가며 간식을 준비해 오는가 하면 훈련기금을 따로 마련, 어린 선수들이 훈련에만 정진하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군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도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아 해마다 1백 만원의 훈련비를 지원해 주었으며 윤석병 교육감은 으레 한달이면 한번씩 학교를 찾아와 독려해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언암국교가 처음 빛을 보기는 지난해 8월 층남도 예선대회에서 핸드볼 명문인 대전 태평국교를 꺾고 도내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이후 언암국교는 3차례의 평가전을 치르면서 줄곧 우승, 도내 20개팀 가운데 유독 이번 소년체전에 출전하는 행운을 안았던 것.
한편 충남은 언암국교 외에도 남중부의 대전중이 우승했으며, 대전 대흥국(남국부)과 동방여중(여중부)이 각각 준우승을 마크, 「핸드볼 충남」의 저력을 과시했다. <체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