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 선생님… 시험 성적 나쁜 학생 4000cc까지 물먹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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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적순으로 물을 먹인 일이 발생했다. 12일 A고교에 따르면 이 학교 B교사는 11일 오후 1학년 수업 중 최근 실시한 기말고사에서 자신이 가르친 과목의 성적이 나쁜 순으로 학생 10여 명에게 200㎖짜리 물컵으로 최다 20잔까지 물을 먹였다. 가장 많은 20잔의 물을 마신 C군은 수업 중 복통과 구토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C군의 아버지는 "시험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어떻게 교사가 학생에게 그렇게 많은 물을 먹일 수 있느냐"며 "이는 물고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1일 아침 아들이 '시험 점수가 좋지 않아 물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고 등교해 걱정스러운 마음에 해당 수업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서 현장을 살펴봤다"며 "교실 안을 들여다 보니 아들을 비롯한 많은 학생이 괴로운 표정으로 물을 먹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어제 오전 아내가 미리 학교장을 찾아가 아들이 장이 나쁘니 물을 먹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해당 교사는 이를 무시하고 먹였다"며 항의했다.

B교사는 "학생들에게 물을 먹인 것은 공부가 물먹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 했던 것일 뿐 학생들을 괴롭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지난해 초부터 학생들과 합의하에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체벌 대신 물을 먹이는 벌칙을 줘왔다"고 밝혔다.

그는 "사전에 물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학생에게는 먹이지 않았다"며 "C군의 어머니가 사전에 학교장을 만나 부탁한 사실은 몰랐고 C군도 그 자리에서 물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으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학교 교감은 "취지가 어떻든 물의를 일으킨 해당 교사에 대해 적절한 징계조치를 할 것"이라며 "다시는 학교 내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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