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시험은 한국서" 지원환자 많아 시간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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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새로운 약물 개발의 국제적인 연구개발(R&D) 무대가 되고 있다.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을 판매하기 전에 안전성과 효능을 점검하는 임상시험 대상 국가로 한국을 선정하고 한국 내 임상시험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약.생활용품회사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한국얀센은 10일 "존슨앤드존슨은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는데 올해부터 3년간 2000만 달러(약 210억원)를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이 회사가 한국 내 임상시험에 들인 50만 달러의 4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투자 확대 결정은 존슨앤드존슨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벌이는 임상시험에 앞으로는 한국을 지속적으로 포함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은 그간 미국과 유럽.일본.싱가포르 등지에서 주로 임상시험을 해 왔다. 국내 임상시험은 서울대병원.삼성의료원.서울아산병원 등 12개 대형 병원에서 할 계획이다.

항암제 '글리벡'으로 유명한 노바티스도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만 달러를 한국에서의 임상시험에 투자하기로 했다. 화이자.GSK 등도 한국에서의 임상시험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고, 세계 12위의 약품 소비국으로 발돋움해 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적극성도 한몫 했다. 임상시험을 한다면 자원 환자가 몰려 한국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제일 빨리 이뤄진다는 것이다.

GSK는 2003년 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임상 자원자 100여 명을 모집하면서 본사에서 13개월을 시한으로 줬으나 7개월 만에 선정을 마쳤다. 이로 인해 GSK 한국 법인은 본사에서 상까지 받았다. 참가자 선정을 반년 앞당겨 약품 출시까지 필요한 시간을 줄였다는 이유였다.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임상시험 증가는 신약 개발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이자 조성자 전무는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면 식의약청의 허가를 받을 때 별도의 효능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때문에 심사 기간이 2년 정도 앞당겨져 국내 소비자들이 신약을 훨씬 빨리 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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