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대종상불참 스타면모 보이지 못한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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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대중의 별들이 찬연히 빛나야 할 자리가 초라한 향연으로 전락했다. 화려한 별들의 축제가 되어야할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의 42회 대종상은 그야말로 빛을 발해야할 발광원(發光源)들, 즉 스크린의 스타들이 대거 불참해 찬연한 축제는 별(?)볼일 없는 자리가 됐다. 그중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최고의 스타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연기자로 평가받는 최민식의 불참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 41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이자 42회 대종상 홍보대사이다. 그래서 그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더라도 그것을 삭이고 공적인 자리에 참석해야했다. 홍보대사는 그 행사의 얼굴이다. 그리고 그는 작년 수상자가 올해 시상자로 나오는 관례에 따라 남우 주연상 수상자를 발표한뒤 시상하는 시상자 역할을 했어야했다. 그래서 대종상에서의 그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였다. 1일 대종상 개막식에서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회 신우철 위원장은 “최근 한국영화에 배우와 제작자간의 이해관계가 불거짐에 따라 너무 많은 매체들이 최민식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것은 최민식의 불참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돼도 합리화할 수 이유는 못된다. 그는 스타이다. 스타는 천형(天刑)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자신이 싫어도 자신을 욕망하거나 필요로 하는 대중의 요구나 이상화된 역할 모델에 부응해야만 하는 운명이기때문이다. 최민식의 불참 사정은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강우석 감독이 제기한 스타의 권력화나 매니먼트사의 거대화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연예산업과 연예계의 구조의 문제이지 한두명의 스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우석의 감독이 스타의 권력화를 문제삼으며 거론한 최민식과 송강호의 예는 매우 부적절했고 잘못됐다는 것이 연예계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대중은 최민식의 반박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편이다. 그가 지난달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의 '배우들, 돈 너무 밝혀요'라는 보도를 접하고 '숨이 멎는 듯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인 관객들의 상당수는 최민식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꼈다. "연기에 대한 애정, 소신을 갖고 그간 연기에 임해왔다. 제작자가 망해도 우리 배만 불리겠다는 비상식적 논리로 임했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는 그의 말도 많은 대중이 인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출연한 영화에 그의 표현대로 '몸이 부서지며 한 혼신의 연기' 가 그대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 감독 발언이 보도된 뒤 "최민식씨 돈 너무 밝히지 마세요"라는 한 학생의 질책 섞인 얘기까지 들었다며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배우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돈이 아니다"면서 "여태 그렇게 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 이같은 항변에 담긴 좌절과 분노 역시 공감하며 진정성도 느낀다. 그래서 영화계 최고의 파워라고 평가받는 강우석 감독이 두사람의 배우에 사과하기에 이르렀고 최민식 송강호 두스타는 미흡하지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기력 부족의 배우가 매니지먼트의 엄청난 마케팅과 이미지 조작으로 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현재의 상황에서 최민식은 배우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10년넘게 브라운관, 연극, 그리고 스크린에서의 그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이 스타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스타는 누구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상식을 피부로 깨닫게 해준 배우가 바로 최민식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연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추한 배우는 무대(스크린) 뒤의 영광과 성공을 추종하지만 좋은 배우는 무대위에서의 열정과 성공을 추구한다는 연기론의 대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말중에 최민식은 좋은 배우에 속한다고 확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식이 영화인의, 영화인를 위한, 영화인에 의한 가장 큰 행사중 하나인 대종상에 불참한 것은 스타의 면모를 보이는데 부족함과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계의 최민식의 의미는 매우 크고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는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가 있음으로 한국 영화는 풍부해지고 그의 존재로 대종상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개인적인 감정의 차원을 넘어 대종상이라는 공적 행사에 참석을 해 이자리를 빛내고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드러내야했다. 하지만 그는 대종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부분이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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