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시민 주치의 … ‘화려한 휴가’ 영화 제작에 부인 몰래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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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 돈 좀 줘.” 2006년 영화제작자 유인택(59)씨가 윤장현 광주시장의 중앙안과를 찾아와 불쑥 말했다. 윤 시장은 시민운동을 하면서 유씨와 교분을 맺은 터였다.

 “왜.”

 “5·18 소재로 영화 만들려고.”

 윤 시장은 두말 없이 1억원을 계좌이체 해줬다. 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민 주치의였던 윤 시장은 “언젠가 5·18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얘기를 하길래 흔쾌히 줬다”고 말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그렇게 탄생했다. 부인 손화정(59) 여사에겐 비밀로 했다가 최근 광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유 감독이 손 여사 듣는데 “고마웠다”고 하는 바람에 들통났다.

 윤 시장은 5·18을 기리는 일이라면 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화려한 휴가’를 만들 때는 유인택씨가 “스태프 밥 한 끼 사달라”고 해 “좋다”고 했다가 500만원을 치르게 됐다. 100여 명 스태프가 횟집에서 포식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에도 수시로 기부한다. 공개한 재산은 8억25만원. 17곳 광역 시장과 도지사 중 제일 적다. 윤 시장은 “그나마 선거 때 쓰고 집도 잡히고 시장이 되니 수입도 줄고 해서 얼마 전에 아내가 마이너스통장 개설했다더라”고 말했다.

 취미는 사진 촬영과 등산이다. 히말라야에도 갔다 왔다. 애처가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갔을 때 빼곤 떨어진 적이 없다”고 했다. 한때 미국 국무부의 4주짜리 연수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았는데 부인과 함께하는 휴가를 이걸로 대신할 수 없어 2년간 마다했다. 3년째 수락하면서 “내 돈 내서 아내와 미국에 함께 가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서중·살레시오고를 나오고 조선대 의대를 졸업했다. 5·18 기념재단 창립이사였고 YMCA·아시아인권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자택에서 아버지(91)와 장모(94)를 함께 모시고 산다. 부친 윤지혁옹은 화순군수, 나주시장, 광주 부시장을 역임했다. 윤 시장은 “아버지로부터 ‘짧은 시간에 성급하게 이루려는 마음을 버리고 멀리 보고 천천히 가라’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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