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보다 골프가 더 어렵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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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감독들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 골프장에 모였다.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TG 전창진 감독의 초청으로 김동광(삼성).최인선(SK 나이츠).유재학(SK 빅스).정덕화(SBS).김태환(LG) 등 현역 감독들과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박효원 사무국장 등이 함께 라운드를 했다.

◇세기 vs 힘=최대 관심사는 '세기'의 김영기(67)총재와 '파워샷' 김동광(50) 감독의 맞대결이었다.

김감독은 3백야드에 가까운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파 행진을 벌였다. 김총재도 30여년 구력을 바탕으로 한 노련미로 차분히 경기를 풀어나갔다. 어프로치샷은 홀에 착착 달라붙었고, 드라이브샷 거리도 2백30~2백40야드로 웬만한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전반 9홀은 김감독의 완승. 더블보기 하나 없이 5타차로 김총재를 앞서 나갔다.

"이 사람 웬일이야. OB도 하나 안내고…."

"총재님, 오늘은 두고보십시오."

그러나 17번홀(파5.5백68야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김감독이 스푼으로 한 두번째 샷이 오른쪽 OB지역으로 날아간 것이다. 김감독은 아이언으로 바꿔 잡고 다섯번째 샷을 했지만 이번엔 왼쪽으로 날아가 다시 OB.

"세븐 온이지요?" "뭐라고? 이 사람아, 계산을 똑바로 해야지. 에이트 온일세."

김감독은 결국 이 홀에서 10타를 쳐 더블파를 기록했다. 최종 스코어는 두 사람 모두 85타로 무승부.

◇장타자 김동광=클리블랜드 9.5도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김동광 감독이 18번홀(파4.4백16야드)에서 티샷을 한 이후 갑자기 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다른 일행이 두세번째 샷으로 온그린할 때까지 김감독은 공을 찾아 헤맸다.

"잘 맞았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백50야드 지점에서 김감독의 공이 발견됐다. 내리막 경사를 타는 바람에 예상보다 거리가 더 나간 것이었다.

TG의 조용근 단장은 "김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모두 3백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이 장기"라며 "문제는 두 사람이 함께 라운드하면서 서로 장타 대결에 신경쓰다가 스코어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농구와 다른 점=김총재는 라운드 도중 골프가 농구와 다른 점에 대해 강의했다. 골프에서는 임팩트 순간 공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데 반해 농구에서는 목표지점(림)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했다.

골프의 종착역(홀)은 눈보다 아래에 있는데 농구는 종착역(림)이 높은 곳에 있다고도 했다. 하나하나 꼽아보니 대략 38가지가 다르더라고 했다.

◇아쉬운 허재=TG 우승의 주역인 허재 선수는 라운드가 끝난 뒤 합류했다. 80대 중반에서 90대 초반을 친다는 허재는 "갈비뼈 부상만 아니었다면 멋진 라운드를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계속 아쉬워했다.

골프와 농구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으냐는 허재의 질문에 김동광 감독이 즉시 "말이라고 해? 당연히 골프가 더 어렵지"라고 답하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을 표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80대 중.후반 타수를 기록했다. 연습이라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유재학 감독이 생애 최고기록인 94타를 쳤고, 모 감독은 1백타를 훌쩍 넘겼다.

수원 골프장=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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