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민호의 문학 터치] 시·소설에 달린 그것에 관한 해설 그 둘을 함께 읽으면 또다른 작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오규원 지음

젊은 천사.김원우 지음

한 권의 소설집과 또 한 권의 시집을 말하려 하나 소설과 시를 말하려 함은 아니다. 말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장르 다르고 성격 판이한 두 책은 뜻밖의 이유로 함께 논할 법하다.

두 권의 책은 매우 특별한 해설을 달고 있다. 하여 해설을 말함으로써 한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시집을 말하려 한다. 본말이 뒤바뀐 듯도 싶지만, 좀체 드문 해설을 마주한 일이 기꺼워서다.

오규원 시인의 6번째 시집은 여느 시집보다 두껍다. 해설이 58쪽을 차지한다. 200자 원고지 200매 정도의 분량. 1979년 오 시인 작품을 비평한 적 있는 연세대 정과리 교수가 썼다. 20년 넘도록 지켜봤다는 얘기다.

해설은 시인의 시 세계 전반을 되짚고, 그간의 해석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름한다. 여느 문예지 평론처럼 논리는 깐깐하고 문장은 팽팽하다. 몇몇 대목에선 반박 또는 비판의 기운도 읽힌다. '해석의 머뭇거림을 야기한다'거나 '날이미지라는 용어가 불어일으킬 의혹 혹은 오해를 이제는 정돈할 때가 되었음'이라고 적은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평범치 않은 해설에 시인이 섭섭한 심사를 드러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사실 확인을 묻자 정 교수는 "비판이 아니다"며 예의를 갖췄다.

두 편의 중편을 묶은 김원우씨의 소설집 말미엔 엉뚱한(?) 이름이 등장한다. 차병직.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의 이름이다. 무미건조한 법조인의 문장이 아니어서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차병직'이었다. 평소 친분 도타운 김 작가가 무턱대고 떠넘겼단다. 그는 해설에서 '아마추어가 프로 무대에 초대받아 하룻밤 서는 일은 힘들고 어색하다'고 적었다. 본인은 당혹스런 기색이지만 읽는 쪽에선 아니다. 흥미롭고 유익하다.

해설은 비평과 다르다. 텍스트 뒤에 딸려나오는 부속적인 존재다. 성격도 다르다. 해설은 작품을 평하기보다 지은이의 의도를 독자에 전달하는 역할이 더 크다. 광고에 가까운 문구도 종종 띈다. 그 정도가 지나쳐 문제가 생긴 요즘이다. 그 와중에 이 두 권의 책을 만났다. 시집에 붙은 해설은 매너리즘을 거부한 의욕이, 소설 해설은 비좁은 문단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고마웠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