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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3자회담 결렬 가능성도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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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북한 핵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미국과 중국이 담당하는 것을 일본은 원치 않는다.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북핵 회담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고노 다로, 오무라 히데아키 의원)

"일단 북.미간 대화를 시작한 게 중요하다. 지난해 9월 이후 일본인 납치문제를 지나치게 과장 보도한 일본이 북핵 회담 참여를 고집하는 것은 상당히 모순되는 태도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

중앙일보 주최로 지난달 29일 국회의사당에서 '북한 핵문제와 한.일 양국의 공동 협력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한.일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에서 두 나라 의원들은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자회담에 대해 이처럼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두 나라 의원들은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을 높게 평가하면서 북핵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했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의원은 "3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물론 이 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확실한 '억지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사오 게이이치로(淺尾慶一郞) 의원도 "대화 노력 못지 않게 대북 억지책을 강구하는 것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한창일 때 1년에 약 5천억엔의 자금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흘러갔고, 현재는 약 5백억엔의 자금이 매년 북한으로 들어가는데, 이를 차단할 경우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야당 의원들은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실제 외교에서 압박과 제재는 대화를 위한 유효한 수단"이라며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푸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이 공조해 적절한 대북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원희룡 의원도 "대북 압박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중국도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대북 제재에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한국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취했을 때 북한이 도발적으로 나온 반면 햇볕정책과 같은 대북 유화책을 일관되게 추진했을 때에는 북한도 이에 상응해 모험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정동영 의원도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쉽게 말할지 모르지만 한국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우리로서는 이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3국 공조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정책을 조율해야 하지만 두 나라가 좀더 소신있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북핵 위기가 북한의 체제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데 대해서는 여야, 한.일 의원들의 시각이 대체로 비슷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북한이 느끼는 체제 불안감은 북.미간의 상호 불신에서 생겨난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두 나라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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