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알카에다 테러] 유비유환 … 공들인 테러대책 허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 영국 런던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시경 소속 경찰들이 7일 증권거래소에 긴급 배치돼 건물 외곽을 순찰하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 철도 당국은 경계령을 발동하고 인근 지역에 경찰 병력을 증파하도록 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 등 세계 각국도 테러 경계령을 내리거나 반테러 경계 수위를 높였다. [뉴욕 AP=연합]

'우리는 눈을 뜨고도 테러를 당했다'. BBC는 7일 런던 폭발 사태와 관련, 영국이 지난 4년간 이 같은 테러에 대비해 예산을 늘리고 각종 대비 훈련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테러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이번 테러 발생 직전까지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며 각종 훈련을 해 왔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하자 영국은 안보 및 테러 대비 예산을 늘렸다. 우선 2000년도에 9억5000만 파운드(17억 달러) 수준이던 안보예산을 그 이듬해 15억 파운드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21억 파운드로 증액했다. 특히 테러 집단이 런던에 화생방 공격을 가할 경우를 대비해 5600만 파운드를 쏟아 부었다.

블레어 총리는 이미 2001년에 알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이 "심각하고 크다"며 철저히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또 2004년 3월에 런던 시경국장인 존 스티븐스도 "테러 공격이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레어 정부는 2001년 범정부 테러대비 특별팀을 발족시켰다. 정보.경찰.보건.교통 등 부처를 망라한 특별팀은 의회와 지하철 등이 공격당할 경우에 대비해 훈련을 실시해 왔다. 2003년 9월에는 런던 지하철역이 화생방 물질로 공격할 것을 상정해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 그해 2월에 테러리스트들이 미사일로 여객기를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에 따라 공항 주변에 탱크와 경찰 수백 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의회 주변에는 특수 철책을 세우고 방문객 검색을 강화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수사와 체포에는 열을 올리지 않았다. 관리들은 "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방법은 없다"며 "우리의 목적은 테러 발생시 피해를 극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