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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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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월은 시인의 달이다.
『이 아침 새벽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저리 부러 웁고, 그 보금자리에 찌찌찌 소리내는 잘 새의 발목은 포실거리어….』
영랑(김윤식·1903∼50)의 5월은 맑은 시냇물 소리 같은 생명의 여울이 있다.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 들어, 감미롭게 핀, 황홀한 5월.』
또 한 시인 김용호(l912∼73)의 5월은 눈이 부시다.
「괴테」며, 「하이네」도 5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밀이며 보리 사이, 딸기며 가시나무 사이, 나무숲이며 풀 덩굴 사이를 걸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는 곳은 어딜까?』「괴테」의『5월의 노래』엔 이처럼 젊음의 설렘이 있다.
낭만파 서정시인「하이네」는 5월을『사랑하는 계절』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시냇가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오너라,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그 근엄한 모습의「R·타고르」(인도의 시성)도 5월엔 마음이 설렌다.
4월이 생명의 기쁨을 알리는 달이라면 5월은 생명의 율동을 보여주는 달이다. 4월의 꽃을 보는 마음은 경이와 환희지만 5월의 신록을 보는 마음은 해방이고 희망이다.
태양을 향해 뭇 수목들의 생명이 용솟음치듯이 우리의 생명도 맑아지고, 반짝이는 것 같다.
서양사람들(영국인)은 5월이면 신록의 숲 속에서 메이폴(5월 주)을 세워 놓고 그 주위에서 선남선녀가 어울려 춤을 춘다. 그 기둥에 빗살처럼 펼쳐진 끈들을 리 번으로 엮는 춤이다.
「5월 제」는 연중 어느 민속행사보다도 즐겁고 발랄하다. 메이 퀸은 원래「메이·폴·댄스」때 화관을 받는 처녀였다. 그 마을에서 제일 어여쁜 소녀가 바로 메이 퀸으로 뽑힌다.
5월 제의 행사는 동양에서도 볼 수 있다. 옛날 흉노(흉노)민족도 양화일기의 5월이면 조선과 귀신과 천지에 제사를 지내는 행사를 가졌다.
육당(최남선)은 북방민족(중국) 사이에서는 5월 초 생을 일년 내 가장 큰 명절로 지냈다고 전한다. 풍일의 속박에서 벗어나는「해방」을 기뻐하는「자연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우리 선조 들은 벌써 신라 때부터「수리」(단오)라는 5월 명절을 갖고 있었다. 오늘의 양력과는 다소 시차가 있지만 5월은 동서 어디서나 생명의 비상을 확인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농가월령가 속의 5월은 분주하기 그지없다.
보리타작, 모심기, 누에치기, 푸성귀 모종하기, 아낙네들의 들 바라지 점심 나르기…. 아이들은 소 풀 먹이고, 장마철 땔나무하고, 한 쪽에선 기 쑥 돋고…. 눈코 뜰 새 없다.
그러나 이 5월에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그 침울한 4월이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태양을 향해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듯. 자, 싱그러운 5월을 어서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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