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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8시간진압경찰은 뭘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제점>
이번 사고는 평소 주벽이 심하고 잔악한 성격의 우 순경이 인사불만과 가정불화 끝에 폭발한 돌발사고로 지적돼 경찰인사와 무분별한 경찰관채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특히 우 순경이 수류탄과 카빈을 난사하며 장시간동안 여러 마을을 누비며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무방비상태에 놓여있었다는 점에서 비상출동태세와 치안체제에 커다란 허점을 드러냈다.
우 순경이 술에 만취되어 경남 의령군 궁류우체국 등에서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한 것은 26일 밤 9시30분.
우 순경의 범행은 27일 새벽 5시 30분까지 8시간동안 여러 마을을 돌며 무차별사격을 가하며 숱한 인명을 살상했으나 경찰은 단 한명의 무법자를 처치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었다.
우 순경이 처음 궁류지서 앞 시장통에 수류탄 1발을 던졌을 때 궁류지서에는 경찰관은 물론 방위병 등 근무자가 1명도 없어 초동진압이 전혀 불가능했었다.
또 우 순경이 통신시설인 우체국으로 들어가 근무중인 교환양 등에게 카빈을 난사, 5명을 숨지게 하고 폭음을 듣고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왔으나 이때까지도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에 모습조차 나타내지 않은 것은 물론 의령경찰서나 인근 지서에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같은 우 순경의 난동을 연락한 것은 주민 이출수 씨.
이 씨가 밤 10시 34분쯤 우체국 근처에서 총성을 듣고 경찰서에 전화로 연락하기까지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것조차 모르고있었다.
예비군의 비상연락망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인근 지서와의 연락도 두절, 인근 지서는 물론 의령경찰서에서도 이같은 사태를 모르고 있다가 밤 11시가 훨씬 지나서 무장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의 늑장출동으로 인명피해는 늘어나기만 했고 무장경관들이 출동 후에도 3시간이 넘도록 우 순경을 저지하지 못하고 되풀이되는 범행을 보고만 있은 상태였다.
또 평소 성격이 포악한 우 순경에 대한 사전조치가 없었던 것도 사건원인중의 하나.
평소 술만 마시면 동네 주민들과 시비가 잦고 폭언을 서슴지 않던 우 순경이 자체 적발되지 않고 어떻게 그대로 근무했는가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우 순경은 서울시경에 근무하다 벽지인 궁류지서로 발령될 때도 우 순경의 성격이 문제가 되어 발령을 내렸었다.
우 순경은 벽지발령을 받은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민과 동료들에게 인사불만을 털어놓아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같은 우 순경에 대해 상사나 감독자들은 전혀 사건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었으며 무기와 탄약이 있는 지서근무를 단독으로 시켜왔다.
경찰은 이같은 사고 예상자를 예방하기 위해 채용 때「로르샤하」식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장비가 7대뿐이고 형식에 그칠 뿐더러 채용후의 인성변화에 대한 체크는 전혀 않고 있다.
우 순경은 내연의 처와 동거하는 등 비정상적인 생활을 해왔는데도 그대로 묵인상태에 놓여있었다.
또 자질이 떨어지는 경찰에 대한 보수교육을 위한 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현재 경찰의 교육시설은 경기도 궁천에 있는 경찰대학과 경찰종합학교 등 2개 소뿐.
이들 학교는 하루 수용능력은 모두 합쳐 1천 3백 50명으로 한해 4천∼5천명에 달하는 신규채용 경찰관교육에 급급한 실정이다.
경찰교육은 경찰대학(4년), 간부후보생 교육(1년), 신임순경 기본교육(8주), 승진계급별 기본교육(경위 8주, 경감·경정 4주, 총경 2주) 등 필수교육과 현직 경찰관들의 자질향상 및 전문직 양성을 위한 직무교육(2∼4주) 새마을교육 등이 있다.
이들 두 기관의 하루 수용능력은 1천3백50명, 연간 수용능력은 43만2천7백50명으로 간부후보생(1년 교육) 58명의 연인원 2만1천1백70명과 신규채용(12주) 4천명의 연인원 33만6천명을 제의하면 7만5천5백80명밖에 여유가 없다.
결국 수용능력은 17.4%만이 남게 되는데 이 잔여수용능력으로 승진계급별 기본교육·직무교육·새마을교육·청원경찰 및 소방관의 수탁교육을 꾸려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천5백∼2천명의 수용시설이 부족, 치안본부는 간부후보생교육·신임순경교육·승진계급별 기본교육만 규정대로 실시하고 보수교육은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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