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던 아내에게 법대생 때 첫눈에 반해…매일 가 2000원씩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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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준표’란 별명을 가진 홍준표 지사지만 부인 이순삼 여사에겐 깍듯하다. 그는 “가난한 고시생을 택해 준 것이 늘 고맙다”고 말했다. [사진 경상남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 창녕과 대구를 오가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유는 “아버지가 한량이어서”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활 쏘고 술 마시고 춤추다 통행금지 직전에 만취해 돌아왔다”며 “그래도 불만 한 번 내비치지 않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제일 존경한다”고 말했다.

 가난했기에 중·고 시절 점심시간은 수돗가에서 지냈다. 홍 지사는 “수돗물로 배를 채우면서도 부자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공부해 잘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인 이순삼(59) 여사와는 대학(고려대 법대) 3학년 때 만났다. 은행 창구 직원이었던 부인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 뒤 통장에 들어 있던 한 학기 등록금 10만여원을 매일 2000~3000원씩 나눠 찾았다. 은행에서 얼굴 볼 구실을 만들려고 한꺼번에 돈을 찾지 않은 것이었다.

유달리 은행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에 낌새를 챈 동기들이 캐묻자 실토했고, 그 친구들이 은행에 있던 고려대 법대 선배에게 부탁해 소개팅을 했다.

 현재는 관사에서 부인과 둘이 산다. 지사가 된 뒤 거의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들어간다. “혹시 잡혀 사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나이가 드니 싫어하는 일은 안 하게 되더라”고 답했다.

 관사에서 살면서 자비로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샀다. 주변에선 “낮 종일 혼자 있는 부인을 위한 배려”라고 했다. 진돗개는 지금 9마리가 됐다. 홍 지사도 개들에게 정이 든 듯 “저녁에 들어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새끼 7마리가 현관에 도열하고 있다”며 웃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특유의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홍 지사는 “성격이 그렇다”며 “정치인은 뜻을 분명히 해야지, 이래저래 배배 꽈서 무슨 소린지 모를 말을 하는 건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1954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영남고·고려대를 나왔다. 검사로서 권력 실세가 연루된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이름을 알렸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어서 ‘모래시계 검사’라고도 불렸다. 96년 신한국당 국회의원이 된 뒤 내리 4선을 하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냈다. 2012년 보궐선거를 통해 경남도지사가 됐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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