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엔 '차관급' 보내면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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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재 중국대사의 격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이래 중국이 한국대사 자리에 부국장급의 경량급 인사를 잇따라 파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주한 중국대사 장팅옌(張庭延)은 부국장이었다. 2대 우다웨이(武大偉) 대사는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부임했다. 현재의 3대 리빈(李濱) 대사는 한국에 오기 전 북한주재 공사참사관 신분이었다. 4대 대사로 내정된 닝푸쿠이(寧賦魁)는 현재 부국장급인 북핵 전담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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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장.차관급 등의 거물급 인사를 중국대사로 보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에 대해선 고위급 인사를 대사로 파견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현재 북한에 주재하는 우둥허(武東和) 중국대사는 중국 외교부 내 부부장(차관급)에 해당한다. 중국이 북한을 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중국은 한국과 수교한 뒤 북한의 압력을 받아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직급을 상향 조정했다"며 "중국은 90년대 이후 줄곧 북한에 부부장급의 고위 인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다른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여러 차례에 걸친 불만 표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다시 경량급 인사를 주한 대사로 내정해 한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 외교부가 이번 인선을 취소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이 적잖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이번 인사는 외교적인 무례에 해당한다"며 "중국이 아직도 한국을 변방 국가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 같은 주한 중국대사 인선 원칙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는 허세보다는 실리란 것이다. 높은 직급과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 한반도 전문가를 택하고 있다고 밝힌다. 한국 주재 대사 자리는 워낙 중요 사안이 많이 걸려 있어 중국 내에서 알아주는 한반도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장팅옌과 리빈.닝푸쿠이 등은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하는 중국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들이다.

둘째는 고생한 사람은 반드시 좋은 자리에 보낸다는 인사 원칙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국 정치계의 불문율이다. 리빈 대사는 한국에 오기 전 중국 외교관들 사이에는 고생스러운 자리로 여겨지는 평양에서 4년간 근무했다. 또 차기 닝푸쿠이 대사도 캄보디아 대사에 이어 고생이 많다는 북핵 전담대사를 맡은 게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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