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꾸준히 잘 나가는 기업의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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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허 식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2006년 독일의 국민기업 지멘스에서 엄청난 부패스캔들이 발생했다. 4억 6000만 유로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각국의 공공기관과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뿌린 것이다. 주가 하락, 엄청난 벌금과 합의금, 브랜드 가치 훼손은 물론, 독일 국민들의 신뢰까지도 무너지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회장이 된 피터 뢰셔는 철두철미한 준법경영 의지를 밝히고, 제도를 개선해 나갔다. 임직원들이 동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침에 따르면서 독일 국민들은 그들의 의지를 느끼고, 다시 신뢰하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지멘스는 반부패문화 확산모델이자 윤리기업으로 다시 인정받게 됐다.

 이는 ‘윤리경영(Ethical Management)’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잘 나가던 기업도 윤리적 문제로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 문을 닫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필자도 한국중부발전의 청렴옴부즈만 활동을 통해 윤리경영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청렴옴부즈만은 독립된 제3자 입장에서 전문성과 투명성이 필요한 주요사업과 부패취약분야에 대해 감시, 조사 및 평가를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도, 관행, 업무절차 상의 개선사항을 제안 및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측도 ‘존경받는 글로벌 윤리기업 구현’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위해 윤리행동규범을 손보고 외부 이해관계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홈페이지를 개선하면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윤리경영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윤리교육은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실천되고 내재화 되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회사도 인내를 갖고 직원들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윤리는 명성과도 같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를 진심으로 깨닫는다면 아마도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라는 워런 버핏의 말은 우리들에게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허 식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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