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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비교하는 말 한마디 아이가슴에 대못 되어 "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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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이는 엄마라는 거울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아이 교육엔 부모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그중에서도 아이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기본적인 바탕교육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자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녀에게 퍼붓는 심한 질책과 폭언은 자녀들을 주눅들게 한다.자칫 심각한 좌절감을 주고 비뚤어진 자아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최근 본지가 자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우리 초등학생은 가정.학교.교우관계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에게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며 꾸중을 들을 때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창피를 당할 때 가장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그 실태를 알아보고 아이들의 자존심을 배려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 자존심.자신감 키워주려면

◆ 이래서 자존심 상한다=아침에 아이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고 화해할 틈도 없이 가방을 들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아이의 뒷모습. "조금만 참을 걸"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부모로서 할 만큼은 했는데"라는 생각이 겹친다. 아이 키우는 집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아이의 모든 것을 부모의 힘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할수록 부모와 아이 모두 지친다. 부모는 조급한 김에 아이가 기대에 못 미쳐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기 쉽다. 이때 부지불식간에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닦달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개는 잘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는 표현이 가장 전형적이다. 또래에 대한 열등감을 자극하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어린이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정신과) 교수는 "과도한 교육열 탓에 어릴 때부터 '나는 못난 아이'라는 부정적 자아상을 지니는 아이를 흔히 본다"며 "어른들의 경쟁논리와 욕심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잃게 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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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건성으로 대하는 것도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아이가 모처럼 말을 걸었는데 아예 무시하거나, 조금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금방 "빨리빨리"라는 말을 내뱉는 부모가 있다. 이런 반응이 되풀이되면 부모와 자녀 간의 골은 자꾸 깊어진다.

◆ 아이들에게 남는 상처=어린이들의 자아나 정서적 감정은 대개 6~7세에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이 시절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일생 동안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장과정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열등감, 우울증, 자폐증, 대인기피증, 낮은 자존감 등이다. 특히 부모와 심하게 부닥치면서 자존심을 상하게 될 경우 좌절과 분노가 생기며, 자신은 패배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감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 결과 매사에 "나는 못난 사람이야. 잘하는 게 없어. 잘하려고 해도 엄마는 야단만 칠텐데, 뭐" 하는 식이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거나,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사소한 실패에도 우울증에 빠진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일탈행동을 하는 아이도 있다.

'나도 자존심 있어'(작은박물관)의 저자 홍준희씨는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아 종종 혼자 마음을 삭힌다. 그러다 보면 현실을 피하기 위해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도 하고, 쉴새없이 먹는가 하면, 마냥 울어버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 자존심은 아이의 경쟁력=자존심과 자신감은 어린이에게 중요한 재산이자 경쟁력이다. 무엇에든 자신있게 도전할 의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칭찬이 아이들에게 자존심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 칭찬만 해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신의진 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이와 의견이 다를 때 서로 협상하면서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이때 부모에게 정당하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모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면 다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상처를 위로해 줘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좋은 상담자라고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사실은 더 많다. 이럴 땐 주위에 현명한 조력자나 상담자를 아이의 '멘토'로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대가족제도에서 사촌들이나 친척어른들이 멘토 역할을 했다. 지금은 아이가 잘 가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 태권도장의 관장님,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웃집 형,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단짝 친구 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홍준희씨는 "어린 시절 고민이 있을 때 친척 언니나 이모.고모들과 나누기도 했고, 중.고등학교에선 친구나 선배 들이 상대가 돼줬다"며 "이상하게도 부모님에게 말할 수 없었던 상처도 그들 앞에서는 눈물과 함께 술술 나왔다"고 소개한다.

권무혁(작은박물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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