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후세인 代役" 성형수술…말투·걸음걸이 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979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남성들을 대역으로 양성했다."

이라크 반정부단체 이라크통일국민운동이 발행하는 신문 '알 사아'는 지난달 29일 20여년간 대통령의 대역으로 살아온 이라크 남성의 증언을 전했다. 후세인은 테러 공격에 대비해 4~5명의 대역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출신이라고만 알려진 이 남성은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혁명지도평의회(RCC) 부의장에 취임한 69년 자신과 너무나 닮은 후세인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변 사람들도 그를 후세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바트당 당원이던 형이 그를 당 간부에게 소개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후세인은 77년 자신의 숙소로 그를 불렀다.

후세인은 자신과 흡사한 외모에 놀란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겠느냐"며 자신의 대역이 되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 남성은 "즉각 이에 동의했고 곧바로 성형수술을 받아 후세인과 똑같은 외모로 거듭났다"고 회상했다.

이후 대통령 취임 때까지 2년간 고된 훈련이 이어졌다. 후세인의 비디오를 보면서 그는 말투.걸음걸이.생활습관을 익혔다. 후세인이 직접 훈련을 감독했다고 한다.

이 남성은 최근까지도 대역을 했지만 그의 존재는 후세인의 두 아들과 최측근 몇명에게만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라크 정부 관리들도 그를 후세인과 구별하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이 남성의 이름 등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