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협상 첫걸음은 공통점 찾는 것 남북, 통일 원하는 국민이 공통분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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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라크다르 브라히미(80·사진) 전 유엔·아랍연맹 시리아 특사는 유엔에서 손꼽히는 분쟁 조정 전문가다.

 그는 28일 “모든 분쟁 협상의 첫걸음은 일단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양국 국민 모두가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생각하는 게 남북 사이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모두 부정하지만 모든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는 분명 공통점이 존재한다. 결국 그런 공통점을 제대로 보겠다고 받아들이고, 공통분모를 점점 확장해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28~30일 열리는 동북아평화협력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박근혜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북한을 포함한) 관계있는 이들을 공통분모 위로 모으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며 “같은 곳에 서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알제리의 정치가 출신으로 외교장관을 역임한 그는 1989~91년 아랍연맹 특사로 레바논 내전(75~90년) 종전 협상에 관여했다. 90년대 초반부터 유엔에서 본격적인 분쟁 조정 전문가로 일해왔으며, 2001~2004년 유엔 아프가니스탄 특사를 맡아 과도정부 선출 등 국가 안정화 과정에 기여했다.

 브라히미 전 특사는 분쟁을 다룰 때 강경주의와 온건주의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자 개인의 야심, 경제적 이해관계, 상대방에 대한 호불호까지 모든 요소들이 분쟁과 갈등에 영향을 미친다”며 “시리아 만 하더라도 시리아 국민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이해가 얽힌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시리아 특사로 부임했을 때도 다들 계획이 뭐냐고 묻길래 ‘계획이 없다’고 답해줬다”고 한다. “분쟁 당사자들이 아직 조정에 임할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글=유지혜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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