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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20억개 제품에 UL라벨 … SW로 범위 확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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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무리 뛰어난 혁신 기술도 ‘안전’이라는 벽을 넘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120년 전 백열전구가 그랬듯, 요즘 최고 이슈인 모바일 결제도 보안 문제가 핵심이잖아요.”

 글로벌 안전인증 기업 UL의 키스 윌리엄스(사진) 회장은 인터뷰 내내 ‘안전’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제품이나 기술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얘기였다. 최근 UL코리아의 고객초청행사 참가차 서울에 온 윌리엄스 회장을 만났다.

 그는 120여년 전 백열전구를 예로 들었다. 당시 백열전구는 신기술의 총아였지만, 과열로 인한 화재 때문에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백열전구에 소비자들이 마음을 연 것은 UL의 안전인증 라벨이 붙기 시작하면서였다. 미국 의회가 제정한 전기법에 따라 UL이 전기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했고,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올해 창립 120주년인 UL은 ‘UL 라벨’로 유명하다. UL이 만든 표준(규격)을 통과한 제품에만 이 라벨이 붙는다.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 기기와 의료기기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소재 제품, 자동차까지도 UL라벨을 얻기 위해 제조사들이 자사의 공장을 개방하고 UL의 평가를 받는다. 그래야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중남미 등 전세계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균 220억개의 제품에 UL라벨이 붙고 있다.

 윌리엄스 회장은 “안전 인증기업으로서 120년 간 UL을 관통하는 제1의 가치는 과학”이라고 말했다. 주장이나 권위가 아닌, 과학적 실험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야 안전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UL이 신기술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때문이다. 그는 “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새로운 제품은 계속 생겨나는데, 우리가 과학적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100년 이상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을 예로 들었다.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자동차·비행기에도 들어갈 정도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하지만 배터리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제품 상용화가 힘들다”고 말을 꺼냈다. UL은 7년 전 대만에 배터리연구소를 세워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비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용 배터리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노하우를 축적했고, UL은 현재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항공기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윌리엄스 회장은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도록 돕는 동시에 규제 당국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 간 벽이 무너지는 트렌드에 대해서도 윌리엄스 회장은 “산업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UL 비즈니스의 본질”이라며 “산업 간 융합은 UL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같은 전자기기가 되고, 스마트폰에는 의료기기나 결제 기능이 탑재되면서 UL의 역할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윌리엄스 회장은 “이전에는 스마트폰 배터리 안전성이 최우선이었지만, 이제는 안전의 범위가 더 확장됐다”며 “스마트폰의 무선인터넷 기능에 오류가 생기면 가스레인지에 갑자기 불이 켜질 수도 있고 모바일결제나 심박동수 체크에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 같은 전자결제 시스템도 UL이 눈여겨 보는 분야 중 하나다. 현재 UL은 네덜란드에 설립한 전자결제보안성 연구소를 통해 전세계 은행·신용카드사·스마트폰 및 부품제조사·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윌리엄스 회장은 “전자결제의 안전성이 하드웨어 영역이냐, 소프트웨어 영역이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라며 “안전성 평가 기준을 정하는 데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실내 공기의 질이나 화학합성 소재의 독성을 평가하는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UL은 산업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수시로 자체 역량을 평가하는 동시에 필요한 기업을 사들인다. 최근 5년동안 3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 윌리엄스 회장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삼성·LG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사가 있고 스마트폰·노트북·웨어러블 등 모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며 “무선인터넷에 관련된 평가 수요가 많아 11월 경기도 수원에 모바일 시험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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