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군대가 나에겐 보약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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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3보 (34~51)]
黑. 옥득진 2단 白. 이창호 9단

옥득진 2단은 어느 날 갑자기 바둑에 도를 텄을까. 그렇지 않다면 5년여 동안 아무 실적이 없던 무명기사가 어떻게 연전연승으로 도전권을 쟁취할 수 있을까.

조한승 8단, 박정상 5단, 원성진 6단 등 랭킹 10위권의 강자들이 줄줄이 옥득진의 제물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미스터리다. 이 미스터리에 대해 옥득진 스스로도 명쾌한 대답은 하지 못한다. 그런 옥득진이 주목할 만한 한마디를 했다.

"군대 갔다 와서 정신력이 좋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군 생활이 나에겐 보약이 된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하니 옥득진은 지난해 11월 제대했다.

군에서 실전은 물론이고 바둑 공부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런데 군대 생활을 마친 뒤 처음으로 맞이한 올 시즌에서 그는 돌연 하늘 높이 날고 있다. 군대 말고는 다른 어떤 변수도 없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의 해답은 군대라 할 수 있다.

흑▲로 어깨 짚으며 공격하자 34로 탈출한다. '궁할 때는 상대에게 기대라'는 기훈 그대로다.

▶ 참고도

42는 이창호 9단이 10분이나 숙고하고 결행한 수인데 검토실의 이론이 분분했다. 이 수는 '참고도'처럼 봉쇄하는 수단을 보고 있다.

그러나 흑의 옥득진이 43을 먼저 선수하자 봉쇄는 사라졌다. 백도 물론 얻은 것이 있다. A의 약점을 해소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42는 B나 C로 두는 수단을 없앴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지는 못했다. 46도 다시 10분의 장고. 그러고는 곧장 48로 뛰어들었다. 파란의 한 수가 등장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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