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토미 '필라델피아의 성공작'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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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화이트 그리피'라는 별명의 플로리다주립대 중견수 J D 드류(29·LA 다저스)를 지명했다.

하지만 스캇 보라스를 등에 업은 드류는 황당한 1100만달러 보너스를 요구했고, 필라델피아는 아까운 전체 2순위 지명권만 날렸다. 드류는 이듬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 지명을 받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98년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는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마이애미대학의 거포 팻 버렐(28·좌익수)을 영입했다.

2002시즌 중반, 프랜차이즈 스타 스캇 롤렌(30·3루수)과의 재계약 협상은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필라델피아는 롤렌의 무릎을 위해 홈구장 베테랑스스타디움의 인조잔디를 걷어내는 정성을 쏟았고, 파격적인 10년간 1억4000만달러를 제안했다.

하지만 롤렌은 끝내 거절했고 필라델피아는 할 수 없이 왼손투수 버드 스미스, 불펜투수 마이크 팀린(보스턴) 유틸리티 내야수 폴라시도 폴랑코(디트로이트)를 받고 롤렌을 세인트루이스로 보냈다.

일생일대의 꿈이었다는 '카디널스 3루수'가 된 롤렌은 10년간 1억4000만달러에 훨씬 못미치는 8년간 9000만달러에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잘 풀리기만 했다면 필라델피아는 드류(중견수)-바비 아브레유(우익수)-롤렌(3루수)-버렐(좌익수)로 이어지는 초강력 중심타선을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중 2명을 세인트루이스가 빼앗아갔다.

졸지에 1억4000만달러의 여유가 생긴 필라델피아는 일단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활약을 해주는 아브레유와 5년간 64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리고 타선에서 더 화려한 역할을 해줄 타자를 물색하다 2003시즌 직전 FA 시장에서 짐 토미(34·1루수)를 6년간 8500만달러에 영입했다.

필라델피아가 서둘러 토미를 영입한 데에는 2004년 새 홈구장 시티즌뱅크파크의 개장을 앞두고 흥행을 이끌 수 있는 스타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토미는 2003년 타율 .266 47홈런 131타점, 2004년 타율 .274 42홈런 105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에서 회복된 후에도 계속 정상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며 29일(한국시간) 현재 타율 .215 7홈런 29타점의 부진에 빠져있다.

토미는 올시즌이 끝나기 전 만 35세가 된다.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08시즌의 종료시점에서는 38세가 된다. 토미에게 줘야하는 돈은 올시즌 포함 5년간 6000만달러가 넘는다. 토미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고 해도 마지막 해까지 활약을 이어나갈 지는 미지수다.

필라델피아의 2003년 토미 영입은 2004년 블라디미르 게레로(29·LA 에인절스)가 FA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시티즌뱅크파크의 개장 역시 2003년이 아닌 2004년이었다.

과연 토미의 선택은 필라델피아의 성공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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