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위험 학생 서울대 치료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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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우려되는 학생들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우진 서울대 학생부처장은 29일 "학생 자살이 꾸준히 발생하는 데다 정신과 상담을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인구의 10%가 정신과 문제가 있음을 감안할 때 서울대 학생 중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연 1200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대에서는 2000년 이후 매년 1~3명의 학생이나 인턴이 자살했으며,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4명이 자살했다. 지난해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상담을 신청한 204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79%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내용은 대인관계 실패, 학업 고민, 적응 장애, 우울증, 자살 충동 등 다양했다. 주 부처장은 "학습 부진, 휴학, 제적, 폭행, 자살 등의 배후에는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조기발견을 통한 정신질환 조기 치료와 예방에 프로그램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학생활문화원에 근무하는 상담자 9명(상근 5명, 주 1일 상담원 4명)과 서울대 보건진료소에 주 1일 방문하는 정신과 전문의 1명, 전임의 2명이 고작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상담 전문인력을 확충해 진료 능력을 현재 연 230명(잠재수요의 19.5%)에서 410명(34.2%)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대학생활문화원에 박사급 전문가를 데려와 상담 전문 초빙교원제를 시행키로 했다.

서울대 보건진료소는 주 1회(90분) 10주 과정의 정신건강 관련 강좌를 매 학기 개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기숙사에 새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정신질환이 심각한 학생들은 전문가를 연결해 주기로 했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치료비를 50%에서 100%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3월부터 학생 정신치료를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함봉진(신경정신과) 교수는 "미국에선 전교 대학생을 대상으로 행동장애.알코올 중독 등 정신건강 실태를 매년 조사하고, 해당 학생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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