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화원 방화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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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찰은 부산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30일새벽 남녀대학생 7명을 체포하고 주동자를 포함한 관련자 3명을 지명수배했다.
사건전모는 방화사건 당시 문화원 건너편서 방화조를 지휘했다는 주범 문부식이 검거되어야 드러날 일이지만, 한미간의 이간을 노린 이사건 관련자들이 신학계대학생을 주축으로 하고 있었다는데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크다.
이들이 노린 목표가 주한미국기관인데다 방화현장 주변에 뿌려진 전단에 격렬한 반정부,반미적인 구호가 적혀있다는데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사회를 긴장시켰다. 전국 경찰국마다수사본부가 설치되고 현상금만해도 3천만원을 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건의 중대성 때문이었다.
사건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경찰의 리스트에 없는 불순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드러났다. 이들이 사건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모의한 과정으로 짐작할 수있지만 학원을 배경으로한 일부 불순서클이 아직 남아 있으며, 이들의 어설픈 불장난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새삼 일깨워 주고있다.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를 보면 사건주동자인 문은 작년 여름부터 후배학생들을 포섭, 불온서적을 탐독케함으로써 좌경의식화 교육을 실천했고 지난 겨울방학에 방화테러및 불온비라살포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더우기 그 조직이 비라작성 및 살포조, 방화조등으로 되어 공산당식 점조직을 방불케하고 있음은 놀랍기만하다.
사건관련자들의 배후에 북괴의 마수가 뻗쳐있는지는 현재로선 알수없지만 이들의 극렬행동이 북괴의 남침야욕을 자극한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사건이 나자 김일성집단이 무슨때나 만난듯 대남선동, 선전에 열을 올리고 학생들이 동원된 대규모집회를 연거푸 여는등 법석을 떨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수있다.
무력적화의 기회만 노리는 북괴로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눈의 가시나 다름없다. 기회있을 때마다 한미이간에 열을 올리는 그들이 이번 사건을 대내외적으로 최대한 이용하려 든것이 그때문임은 물론이다.
비록 자생적인 것이라해도 우리나라의 극좌폭거가 북괴와 이렇게 연결될수 있다는 증거를 여기서 볼수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준 또 하나의 충격은 관련자 대부분이「고신파」신학교대학생들이라는 점이다. 고신대는 원래 일제하에서 신사참배거부로 옥사한 주기철목사의 유지를 받드는 예수교장로회의 한교파에서 세운 학교다.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한다는 「축자영감설」을 따를만큼 극단적인 보수교단으로 알려진 교파에서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대학교육현장에서 이념교육이 어떤 방향에서 입안되고 실천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한 자료일수 있다.
사건해결의 결정적단서는 시민의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 경찰이 사건직후 공개수사체제로 바꾼것도 평가할만 하지만 6백건 가까운 시민들의 수사제보는 이 사건을 일으킨 방화범들의
의도가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가리키고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들이 얻은 교훈이라면 국민들의 철저한 반공의식이다. 범인들이 뿌린 전단은 반정부, 반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북침준비설』등 이제까지 어떤 반체제운동에서도 볼수없는 구호를 담고있었다.
시민들은 인명을 해치고 재산을 불태우는 폭력행위도 미워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북괴를 이롭게하는 행동에 대해 원천적인 거부반응을 보인것이다.
이번 사건이 한미우호관계를 도리어 다지고 우리국민의 반공의식이 어떤 것인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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