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커피 원두 데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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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E'S LIVING RECIPE
마리아쥬 드 미에 청담점의 오픈을 준비하면서 저는 향기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커피 원두를 활용하는 것이었지요.

평소에도 집 안 곳곳에 볶은 커피 원두를 두는 걸 좋아하는데요, 건조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분을 잘 흡수하고 탈취 효과도 있어요. 또 커피 원두는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맛과 향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착 안정되기도 하죠. 저는 가로세로 40cm 정도 큼직한 사이즈의 유리 박스를 제작해서 원두를 밑에 깔고 초를 올려두었는데요, 이렇게 하면 뜨거운 촛농이 유리에 바로 닿는 것이 방지됩니다. 촛농이 원두에 녹아내리는 모습이 멋스러운 오브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게다가 커피의 진한 컬러가 배경이 되어 초의 다양한 컬러감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지요.

원두를 먹지 않고 장식으로 쓰는 게 아깝다는 사람도 있는데요,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2만 원짜리 한 봉지면 유리 박스 안을 충분히 채울 수 있어요. 게다가 그 주변에는 디퓨저를 놓은 것처럼 은은한 커피 향이 맴돌지요. 몇 달 동안 향이 지속될 뿐 아니라, 초를 켜면 더 진해지니 1년 정도는 커피 박스를 유지할 수 있어요. 와인 박스 같은 나무 상자에도 원두를 채우고 초를 올리면 러프하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장식품이 완성됩니다.

홍미애는… 아들딸 키우며 야무진 손끝으로 살림도 했으면서 생활의 우아함을 포기하지 않은 20년 차 인테리어 디자이너. 부산 본점으로 시작된 토털 라이프스타일 숍 ‘마리아쥬 드 미에’를 운영해왔으며 최근 청담점 (02·543-4689)을 오픈했다. 살림에 관심을 기울이면 일상을 더 누리게 된다는 경험담을 나누기 위해 ’살림 스타일링’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1 오래된 원두는 물론이고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나오는 찌꺼기도 예쁜 유리병에 담아서 화장실에 두곤 한다. 거기에 작은 초를 올려 불을 켜면 탈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2 원두를 그라인더에 간 뒤 가루를 조금 남겼다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같은 디저트에 듬뿍 뿌려서 내면 좋다. 마치 녹차처럼 끝 맛은 씁쓸하면서 개운하고, 고소한 커피 향이 입안에 가득 퍼져 의외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 일본 카페에서 배운 방법으로 특히 가을에 어울리는 디저트다.

3 홍미애 대표는 예쁜 용기에 원두를 담아 집 안 곳곳에 장식처럼 두곤 한다고. 인공 성분을 싫어하는 성향인지라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커피 향으로 공기를 정화한다.

기획=홍주희 레몬트리 기자
사진=전택수(JEO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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