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는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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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류제국(20·시카고 컵스)이 일으킨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호조로 알려진 물수리를 고의적으로 맞췄다는 것인데, 현지의 여론과 언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사건을 목격한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실수가 아닌 고의로 수 차례에 걸쳐 공을 던졌고, 결국 공을 맞췄다고 한다. 현지법에 따르면, 동물을 고의적으로 학대했을경우 60일 이상의 구류나 500달러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국내에 등장한 단어가 '문화적 차이'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크게 문제거리가 아님에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문화적 차이'는 심심치않게 등장했다. 박찬호의 '양복사건'과 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붙이는 파스' 문제는 현지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문화적 차이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국내냐 해외냐 혹은 죄의 가감이 있을뿐, 류제국의 행동은 분명한 잘못이다. 국내에서도 보호동물에게 고의적인 위해를 가하면, 그에 따른 죄를 묻는다. 장소가 바뀌어서 외국이고, 그것이 하필 동물보호로 이름이 높은 미국이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문화적 차이'라는 단어로, 한 발 뒤로 물러날 일은 아니다.

공개적인 사과가 늦은점과 발빠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도 비난을 거세게한 원인이다. 이미 류제국은 이전 소속팀보다 한단계 낮은 팀으로 강등됐다. 팀 징계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선수의 안전을 생각한 팀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만큼 류제국을 보는 지역팬들의 반응이 차갑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를 앞세워 잘못을 벗어나려 하지말고, 당당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비난을 잠재우는 가장 빠른 길이다. 류제국의 장기도 16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빠른공으로 펼치던 정면승부가 아니던가.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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