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사설] 사이버 검열과 사이버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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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9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틀 후,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만들어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에 허위 사실 유포자를 상시 적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에는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대표가 ‘사이버 유언비어 엄단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사이버 검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국내 수사 기관의 접근이 쉽지 않은 해외 메신저로의 ‘사이버 망명’이 줄을 이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와 포털 사이트 이용자들의 수도 몇 주 사이에 크게 줄어들었다.

 사실 사이버 망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인터넷 실명제 도입, 2009년 MBC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당시에도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해외 사이트의 이메일이 인기를 끌었다. 사이버 망명이 이어짐에 따라 국내 아이티(IT) 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구글과 유튜브가 국내 검색 시장의 수위를 차지하게 된 시점은 이전 사이버 검열 논란이 벌어진 다음이기도 했다.

 정부와 업계는 ‘사이버 검열 논란’을 잠재우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난 16일 정홍원 부총리는 “감청은 살인, 인신매매, 내란 등 특정 중대범죄만을 대상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실시하며,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은 감청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인터넷 업체 또한 현재 기술로서는 메신저 등에 대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이버 검열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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