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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중국서 푸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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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례 1-올해 6월 상하이(上海) 명문 푸단(復旦)대학이 주최한 중국어 경시대회. 중국 학생과 중국 현지에 유학 온 외국 학생이 모두 참가했다. 그 결과 중국어 경시대회의 1등은 놀랍게도 외국인 유학생 팀이었다. 한자(漢字)의 구조와 고사성어 해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테스트를 치른 이 대회에서 과거 유학생 팀은 꼴찌를 맴돌았다.

그러나 올해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자수가열(炙手可熱:권세 등이 아주 대단하다)'이라는 성어를 해석하는 부분에서 중국 학생들은 글자 그대로 "손을 (뜨거운 물체에) 댔다" 정도의 답을 내놓는 데 그쳤다.

#사례 2-올해 45만 명이 응시한 광둥(廣東)성의 대학입시에서 평이한 고문(古文)을 현대문으로 고쳐 놓는 시험에 '빵점'짜리가 무려 1만 명이 나왔다. 시험을 주관한 위원회 등에서는 "평소에 빵점이 나오지 않는 시험"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신세대 중국 학생들의 모어 구사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의 문장을 보고 비슷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조구(造句) 시험에서도 10만 명의 학생이 역시 '빵점'을 받았다. 이는 전체 응시생 수의 2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입학과 입사시험에 몰두하느라 영어 등 외국어에만 치중하는 중국의 현 교육 풍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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