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나이 많은 기능직 공무원 "선생님"이라 부르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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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기능직 공무원들에게도 '선생님'으로 호칭할 것을 권고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진짜(?) 선생님들이 반발하는 모양이다. 중앙일보 6월 27일자 오피니언 난에 기고된 '기능직 공무원을 선생님으로 부르라니…'라는 글의 요지는 "호칭은 사람의 직업과 지위,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 녹아 있는 사회적인 약속이고, 선생님이란 호칭은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키므로 직접 가르치지 않는 기능직 공무원을 선생님으로 호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 대해 두 가지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선생'이라는 용어는 가르치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아 새국어사전). 우리가 김구 선생이라 부를 때, 백범 김구가 학생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니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반인들은 적절한 호칭을 찾기 어려운 윗사람을 높여 부를 때 선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둘째, 일선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직업과 지위를 가장 잘 설명하는 호칭은 '교사'라는 것이다. 선생이라는 호칭은 일선 대학 교수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호칭이다. 또한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해당 글의 주장대로 "호칭이란 상대를 비하하지 않으면서도 위치와 하는 일에 걸맞아야 혼돈이 없고…"라면 오늘부터 일선 학교 선생님들을 '교사'라고 부르도록 하자. 양 초등교사님, 김 초등교사님, 이렇게 부른다면 불리는 사람의 지위와 직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호칭이 정확한지 그렇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기능직 공무원들은 해당 직무만 수십 년 수행한 분들로 오히려 일선 초등교사보다 나이도 많고 연륜도 깊다.

그렇다면 연배가 어린 초등학교 교사가 좀 더 나이가 많은 기능직 공무원을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이는 직급, 직위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교사들이야말로 직업에 대한 편견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르게 지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상규 대학원생(경기도 부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