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 배급 하루 200g으로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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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7월부터 주민들에 대한 하루 식량 배급량을 200g으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1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24일 유엔의 대북 식량 지원 창구인 세계식량계획(WFP) 최신 보고서는 북한 군(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현재 250g인 하루 배급량을 다음달부터 200g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g은 쌀이나 보리의 경우 공깃밥 세 그릇을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다만 북한의 식량 배급에는 대부분 부식이 포함돼 있지 않아 주민들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배급량은 지난해 말까지 300g이었으나 1월부터 250g으로 줄었다. 250g은 사람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칼로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WFP는 하루 배급 곡물량이 250g으로 늘어날지는 밀과 보리의 조기 수확 결과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WFP는 외국의 추가 식량 지원이 없을 경우 360만 명에 이르는 취약 계층이 하반기에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의 노인.어린이.임신부 등 360만 명에 이르는 취약 계층은 현재 곡물과 채소(나물)가 3대7의 비율로 들어간 죽을 먹으며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WFP는 3주 전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매년 200만t의 식량을 외부 지원에 의존했으나 북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 사건 등으로 지난해 10월 이래 지원이 끊긴 상태다. 북한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에 쌀 50만t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식량은 지난 4월 이미 바닥나 7~8월에 고비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돈 있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겠지만 돈이 없는 취약 계층은 영양실조를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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