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 주가 강세는 '적립식 펀드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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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투신운용사들의 '월말 손놀림'이 월초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덩치가 불어나면서 생긴 효과다.

26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매달 열흘씩 투신운용사들의 평균 매수 규모를 조사한 결과 21일~말일 사이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투신사들은 1~5월까지 1~10일엔 평균 32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지만, 11~20일엔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1029억원가량을 샀고, 21일~말일까진 식욕이 더욱 왕성해져 2250억원 정도를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도 흐름은 비슷해 월 초와 중반에 각각 591억원과 360억원 어치를 판 투신사들은 21일 이후엔 4일간 679억원을 매수했다.

그런데 주가는 월말보다 월초에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5월까지 월초의 종합지수 상승률은 평균 0.7%를 기록했다. 반면 월 중반과 월말에는 0.4%와 0.6%에 그쳤다. 6월 들어서도 월초의 지수 상승률은 2.1%까지 높아진 상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월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투신의 매수세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음달 초에 주가가 오르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투신 매수세와 주가 상승의 '연결 고리'는 적립식 펀드다. 올들어 적립식 펀드는 매달 3000억~5000억원씩 늘어나면서 이달엔 6조원선(채권형 포함)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가입자들의 납입일은 월말에 월급이 나올 때와 맞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월 말에 투신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는 것도 이 즈음에 펀드 적립액이 밀려 들면서 주식을 살 실탄이 넘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다시 매수로 돌아섰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끝나기 전까진 본격 매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며 "투신의 월 말 매수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어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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