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랜 친구 리퍼트" 취임 선서식 깜짝 방문한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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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취임 축하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호영 주미 한국 대사 내외,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대사 내외,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내외. 임신 6개월째인 리퍼트 대사 부인은 한국에서 출산할 예정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2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국무부 트리티룸. 존 케리 국무장관이 주재한 마크 리퍼트(41) 신임 주한 미국대사의 취임 선서식이 끝나갈 무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사장을 깜짝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의 오랜 친구인 리퍼트 대사를 환송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대사 선서식을 찾은 것은 전례가 드문 파격인데다 리퍼트 대사를 “오랜 친구”라고 거론한 것에 대해 이 참석자는 “리퍼트 대사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귀띔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안호영 주미 대사도 놀라움을 공개했다. 안 대사는 “행사 도중 갑자기 행사장이 소란해져 돌아보니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와 있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안 대사를 불렀고, 안 대사가 “오늘 저녁때 한국대사관저에서 리퍼트 대사 취임 축하 리셉션을 여는데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히자 오바마 대통령은 참석 여부를 답하지 않은 채 “신임 대사에게 불고기를 많이 대접하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은 취임 선서식 4시간 뒤 리퍼트 대사 취임 축하 리셉션을 열었다. 리셉션에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 국무부의 대니얼 러셀 동아태 차관보, 토마스 섀넌 국무장관 특보(차관보급),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 백악관·국방부·국무부 등의 전·현직 인사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 중앙정보국(CIA)의 2인자인 에이브럴 헤인즈 부국장이 참석해 주미대사관 측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18일 상원에서 리퍼트 대사를 인준한 계기도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이 작동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이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에게 연락해 인준 절차를 빨리 밟아주도록 요청했고 이에 메넨데즈 위원장이 공화당 상원 지도부와 접촉해 인준 처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맥도너 비서실장과 리퍼트 대사는 ‘브라더’로 부르며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리셉션 인사말에서 “한·미 관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 관계의 하나로, 지금처럼 강했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모셨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리퍼트 대사보다 더 자질을 갖췄고 준비돼 있으며 완벽한 주한미국 대사를 본 적이 없다”며 “그런 그가 중요한 나라이자 중요한 동맹에 부임한다”고 축하했다. 헤이글 장관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오늘을 ‘한국의 날’로 선언했다”고도 알려 분위기를 띄웠다.

 리퍼트 대사는 특파원들과 대화에서 “대사 지명 이후 수개월간 한국을 공부했다”며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인물로 들었다. 간단한 인사를 한국어로 한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캠프 데이비드에서 농구를 즐겼다”며 “대통령과 골프를 친 기억은 없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아 골프를 즐긴다. 정말 골프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빈 니콜슨 백악관 보좌관과 가장 많이 골프를 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임신 6개월째인 부인과 함께 오는 29일 한국에 부임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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