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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절대강자 없는 여야, 권력분점 개헌에 관심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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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헌 문제 때문에 최근 정치권이 들썩거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현 단계에서 개헌은 아직 뜬구름 잡는 얘기다. 그럼에도 여당 대표가 개헌에 대한 개인적 전망을 한 것만으로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 그만큼 개헌론의 파괴력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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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정권마다 개헌이 이슈가 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예전과 다른 측면이 있다. 과거엔 개헌의 최대 걸림돌이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원 포인트 개헌론’을 꺼냈으나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반대해 무산된 것이나 1990년 3당 합당의 전제조건은 내각제 개헌이었지만 대권을 노리던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내각제 합의각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게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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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지금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절대 강자가 없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특위 위원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주요 주자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중 독주체제를 굳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은 26일 “우리도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야당도 지난 몇 년간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했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필승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다 보니 다선일수록 ‘보험’ 차원에서 여야가 그만 싸우고 총선과 대선을 통해 권력을 나눠갖자는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5년 단임제하에선 누가 대통령이 돼도 결국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걸 정권마다 지켜보지 않았느냐”며 “이건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개헌 논의를 위한 배경 조건은 갖춰져 있지만 개헌안의 국회 통과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의견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개헌 찬성파도 구체적인 개헌 방향·시기·범위 등으로 들어가면 천차만별이다.

 최근의 특징은 분권형 개헌인 이원집정(二元執政)제를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며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와 내정을 각각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원집정제와 결합해 대통령 단임제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사가 적잖다.

 반면 순수한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현재의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그룹도 다수다.

 이 중 새누리당에선 비박계가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이원집정제 개헌에 적극적이다. 반면 김문수 위원장이나 홍준표 경남지사 등은 개헌론의 점화를 비판하고 있어 상황이 복잡하다. 김무성 대표와 경쟁관계인 김 위원장, 홍 지사는 이번 기회에 김 대표와 각을 세우려 한 것 같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발언 파문 이후 개헌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정기국회 이후엔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가 여권의 큰 변수다.

 새정치연합은 정세균·박지원·우윤근 의원 등 호남 지역 중진들이 개헌 논의에 가장 적극적이다. 김영록 의원은 “호남 대통령이 나오지 못할 바에야 이쪽 민심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드는 게 빠르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염두에 두는 새 권력구조는 이원집정제다.

 문재인 의원 등 친노 진영도 개헌엔 찬성 입장이다. 하지만 문 의원의 입장은 이원집정제와 다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내 차기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지만 선호하는 형태는 분권형 개헌 대신 대통령 4년 중임제다. 안철수 의원은 개헌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은 너도나도 개헌을 언급하지만 들여다보면 각 정파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하·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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