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연장 남용|해마다 늘어나 작년엔 50%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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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형사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이 남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각급 법원은 소명자료의 검토 없이 구속기간연장 결정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까지 했으나 아직도 소명자료 없는 기간연장 신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법원에서도 단1건의 기각 없이 이를 허가해주고 있다.
16일 서울형사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구속기간 연장신청사건은 모두 6천4백94명으로 영장이 발부된 1만3천1백74명의 절반에 가까운 49·2%가 구속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영장발부건수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신청 비율은 79년의 28·6%, 80년의 35·8%에 비해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2월말까지도 36·5%가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서울지검의 경우 신청서이외에 별도의 소명자료를 제출한 적은 1건도 없고 신청서의 연장 사유란에 막연히「계속수사」라고만 기재, 법관의 허가를 받아내고 있다.
13일의 경우 하룻동안 서울형사지법에 접수된 구속기간 연장신청은 모두 76건으로 소명자료가 첨부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76건을 혐의내용별로 보면 특수절도 13건, 사기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각각 11건, 특가법8건, 절도 7건 등의 순으로 연장기간은 76건이 모두 법정최고기간인 10일로 되어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80년과 81년의 숙정·일괄사표 등으로 사건처리에 노련한 검찰의 중견 간부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떠 경력이 적은 검사들이 많은 업무를 맡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전국검사정원 4백 여명 가운데 결원은 1백13명이며 서울지검의 경우 정원76명에 18명이 결원이다.
또 구속기간연장 허가결정을 내리는 법관 역시 종래의 타성에 젖어 검사가 소명자료를 갖추지 않고 신청해도 이를 요구하지 않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지난해 지침을 하달했는데도 법원에서 소명자료를 제출 받지 않은 채 연장결정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검사가 수사를 더 하겠다고 결정한 것을 법관이 그만하도록 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이에 필요한 소명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인신 구속을 가볍게 보는 풍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속기간의 연장>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경찰로부터 구속피의자를 송치 받았거나 검사가 직접 구속한 경우 검사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거나 석방토록 되어있다(형사소송법203조).
다만 검사는 수사를 계속할「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법원에 신청, 법관의 허가를 받아 10일의 한도 안에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구속기간 연장의 필요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법원에 제출해야한다(형사소송법20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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