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호봉제 목사 … 세금도 자진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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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체 건물없이 서울 숭의대학 시설을 임대해 목회를 하는 "높은 뜻 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 최승식 기자

"3년 전 제가 억대 연봉을 받는 주인공으로 잘못 알려졌었지요. 교회 홈페이지에 댓글 8000여 개가 달리는 소동을 지켜보면서 '이 참에 쉬쉬할 게 아니라 말썽많은 목회자 사례비 문제를 공론화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교회의 평신도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뒤 거기에서 결정한 룰을 무조건 수용한 것이 목사 호봉제였습니다." 요즘 교계는 서울 남산의 '높은 뜻 숭의교회'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설립 4년이 채 안된 교회, 그러나 짧은 기간에 신자수 3300명을 자랑하는 이 교회가 목사 호봉제 도입과 투명재정 운영의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이 교회의 김동호(54) 목사는 "목사직 자체야 성직이지만, 목사도 봉급생활자의 의무를 분명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올해 중점사업으로 목회자 연봉 문제를 다루겠다고 선언한 뒤 높은뜻 숭의교회는 '투명한 교회'의 성공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투명재정 문제는 평신도와의 신뢰 구축은 물론 교회민주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높은뜻 숭의교회에 따르면 2002년 출범했던 TF팀은 '목회자 사례비 연구회'. 3개월 연구 끝에 목사 호봉제를 채택했다. 골자는 사례비 기준을 같은 연배인 사립대 교수 연봉의 85%로 잡고, 해마다 1호봉씩 승급한다는 것이다. 85%로 못 박은 것은 담임목사에게 아파트(32평형) 한 채와 승용차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목회비(판공비에 해당) 사용은 법인카드와 영수증 처리를 의무화했다. 이 기간에 사례비를 포함한 모든 교회재정은 일정기간별로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투명재정은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예전보다 조금 깎인 사례비 5000여만원을 연봉으로 받고 있지만, 더 없이 만족합니다. 외국인 회사에서는 몇만 원도 영수증 없이는 못 쓴다고 하고 공무원 사회도 그렇게 하는데, 교회가 그걸 실천 못할 이유가 없거든요."

김 목사는 일반 목회자와 달리 세금도 자진 납부한다. 그는 "영락교회 부목사 시무 당시 고(故) 한경직 목사로부터 배운 것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런 높은뜻 숭의교회는 교회건물이 따로 없다.

숭의대 구내의 강당을 빌려 주일 예배가 이뤄지고, 사무실은 대학의 작은 공간을 구입해 운영되고 있다. 투명재정 운동은 서울영동교회(목사 정현구).분당샘물교회(목사 박은조).분당향상교회(목사 정주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교회는 호봉제 도입, 교회의 수입과 지출 분리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건강한 교회만이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계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측의 한 간부는 "올해를 목회자 연봉제 도입을 위한 시범의 해로 잡고 있다.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목회자들의 국민연금이나 4대 보험 가입을 권유 중이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목회자들의 소득이 드러나고 더욱 투명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wowow@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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