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여성 열전」집필 최은희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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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 나이 이제 80을 바라보니 이것이 마지막 집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쓰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의 여성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각 했습니다.』한국최초의 여기자로 개화의 격변기를 함께 살아온 지난날의 산증인 최은희 여사 (78). 그가 명멸해간「신여성」들의 얘기를 다큐멘터리로 정리한『한국개화여성열전』을『여성중앙』에 연재하기 시작했다.『62년 한국일보에「나의 교우론」을 쓰기 시작한 것이 여성사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됐어요. 그동안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발표해온 것들을 체계적으로 재정리, 보완해서 출판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마침 잡지사쪽의 요청도 있고 해서 하게 됐습니다.』
3월호에 실린 첫 회에는「나의 이야기」로 출생→조선일보 입사→서울보건부인회 창립등 자신이 직접 관계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친교를 나눴던 주변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본격적인 인물 사는 다음 회부터 시작할 예정. 그는 명성황후·고대수·김기동 등 을사보호조약 전 후로부터 근세에 이르는 작고 여류명사들을 한사람씩 차례로 다루어 가겠다고 구상을 밝힌다. 1회당 원고지분량은 60장정도로 잡고있다.『한 인물을 쓰기 위해서 적어도 7∼8권의 참고문헌을 들여다 봐야해요. 일 때문에 책을 읽는 거지만 몰랐던 여러 가지 것들을 알게돼 큰 공부가 됩니다.』그는『나이 80에 공부해도 즐겁다』며 몹시 기쁜 표정.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아 자주 쉬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지병인 요통 때문이다.
『평소 주치의는 글 쓰는 일이 가장 나쁘다고 말려 왔어요. 이번 연재를 맡고 나서 주치의에게 갔더니「기쁜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쓴다면 괜찮다」고 동의해 주더군요.』
정신력으로 육체의 고통을 이겨가며 집필에 여념이 없는 노익장의 모습에서 새삼「행복」을 생각게 한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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