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감이다…아니다|시각차가 빚은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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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정조사특위구성결의안의 폐기와 경과위 7인소위구성 결의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의 협의과정은 구시대 국회를 보는 느낌이었다. 실질적인 대화의 부재, 합의사항의 번복, 물고 늘어지기, 단독처리, 기습제안 등 11대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오랜만에 보는 일들이 많았다. 11대개원 후 최초의 이 사태가 정치풍토개선을 지향해온 정점국방향과 여야 관계에 어떤 영향을올 미칠지 걱정되는 일이다.
민정당으로서는 외미도입 스캔들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의 의혹을 풀기위해서는 현여건에서는국회의 국정조사권의 발동이란 「대도」보다는 경과위의 「진상규명소위」정도의「소도」가 더 알맞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
외신을 타고 뇌물수수설이 국내에 알려졌을 때 민정당은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로 허위임이 드러났고 ▲사건자체가 미곡물업자간의 경쟁에서 빚어진 농간이며 ▲이 사건이 잘못 확대될 경우 한미관계에까지 영햐을 끼칠수 있 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민정당은 국회에서 이 사건울 국민의 의혹이 풀릴수 있도록 충분히 다루되 소관 상임위활동만으로 국한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웠다.
특히 민정당은 이번에 대미관계에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다. 국회가 미국쌀문제를 확대해 나갈때 미국과 관련하여 국철에 바람직하지 못탄 사태가 츠래될 가능성율 깊이 우려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내서 일어난 사건이고 미국이 개입돼 온폐가 불가능탄만콤 사건의 흑백은 미국에서 저절로 가려질터이니 국내에서 과도하게 떠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왜 사태초기에서부터 야당에 층분히 설명, 납득시키지 못했을까, 또 경과위소위를 강행하면서까지 구성하면서 농수산위소위를 구성하자는 야당요구는 거부했나하는 아쉬움은 남는것도 사실이다. 농수산위 소위문제가 나왔을때 민정당이 대안으로 경과위소위를 제시했던들 여야간의 쟁점은 어느 상위에 소위를 설치하느냐의 문제로 축소되어 사태의 확대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볼 때 「외미풍」을 요리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부족했고 정치력이 미흡했지 않나하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야당이 이번 문제의 진사을 추궁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추궁과정이 오로지 정부·여당을 궁지로 물고 「타격」을 가하는데만 목표를 둔다면 당리당략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워진다. 그보다는 이번 쌀문제에 관한 정부측축의 해명에 어면 허점이 있고 어떤 대목에 의혹이 풀리지 않는지 그 쟁점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더 중요했다.
풀리지 않은 의혹을 제시하고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꼭 필요하면 필요하다는 논리적 당위성을 원내활동에서 이끌어 내야했을 것이다. 물론 정부·여당은 그와는 반대로 야당이 제시하는 의문에 성실히 답합으로써 의문의 여지가없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과정에서 보면 여야간에 이런 논리적 타당성을 둘러싼 노력이나 경쟁은 별로 부각되지 않고 「결의안을 상정하느냐, 않느냐」「소위냐, 특조위냐」는 등의 절차와 형식의 시비에 더 많은 노력과 정력이 소비됐다.
특히 민정당은 한때 특조위결의안의 불상정방침을 세웠는데, 이런 문제는 비록 전술적 차원의 지엽적인 결정이라 하더라도 「의안은 상정되고 심의돼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다. 논리에는 논리로, 비논리에는 더더구나 논리로 말해야한다고 볼 때 야당에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불상정작전은 대화정치의 방법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야당의 경우 국익에 관련되는 대외문제가 있다는 여당의 설명을 듣고도 이를 냉정히 판단, 원내전략에 반영한다는 자세가 약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으며 앞으로도 국정에 관해 미리 설실명을올 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런 자세는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임시국회과정에서 드러난 일부의원들의 미숙·저질도 11대국회가 빨리 극복해야할 과제다. 회의운영에 미숙하고 분위기나 체통에 맞지 않는 저질발언 등으로 불필요하게 시간이 낭비되고 회의분위기가 과열되는 일들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일이다.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13일하오 막바지 절충에서 여야가 그래도 문제의 경과위소위를 백지화하고 l5일 3당공동으로 경과위소위를 새로 구성키로 합의하는 등 정상을 회복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백지화에 동의할 단독구성도 문제였고 결국 응하게 될 경과위소위를 당초 거부한 것도 문제였다. 여야는 다같이 이번 일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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