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조항」으로 둔갑한 「교권옹호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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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교부가 금년을「교권확립의 해」로 정한 것과는 달리 최근 개정학교법인 정관에 임신여교사에 대한「강제휴직처분」규정이 추가됨으로써 새 학기를 맞은 교원들 사이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이 개정 학교법인 정관은 문교부가 임신여교사의 휴직 (본인 희망에 따른)을 규정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이전인 지난해7월에 시달한「학교법인정관준칙」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한결같이「교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당해 교원의 임면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여 교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된 때」를 못박았다.
이는 지난해11월 제109회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개정교육공무원법의 발의에 맞춰 그 내용을 미리 학교법인정관에 반영한 것이다. 정부발의의 교육공무원 법 개정안은 휴직의 사유는 그대로 통과됐지만 휴직을 명할 수 있는 것은「본인이 휴직을 원하는 경우에 한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즉 여교사의 신분상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조항으로「임신 휴직제」가 신설됐던 것이다.
그러나 문교부가 이에 앞서 일선학교에 시달한 법인정관준칙은「본인이 휴직을 원하는 경우」라는 단서가 빠져있었다. 따라서「임신 휴직」은 여 교사가 주장할 수 있는 권익이 아니라 임면권자(교장)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둔갑해버렸다.
문교부관계자는 이에 대해『법인정관준칙에서 임신한 여교사에게 휴직을 명할 때 본인의 의사를 규정하지 않았지만 사립학교 법 56조가「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법 정신에 따르면 개정교육공무원법의 입법정신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립학교 법 56조도「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할 때」는 예외로 하고있고, 이어 59조에서「본인의 의사에 불구」휴직을 명할 수 있는 사유로 「정관이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라는 항목을 명기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의 적용만 받게되는 국·공립학교 교원은 원할 때는 휴직을 할 수도 있고, 원하지 않으면 2개월 이내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도 있다. 반면에 사립학교교원은 사립학교법과 법인정관의 1차 적인 구속을 받게돼 이는 「교권옹호」가 아니라「교권침해」조합이 될 소지를 안고있다. 게다가 여 교원이 임신 휴직했을 때엔 휴직기간엔 봉급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이는 교육공무원 보수규정상 유급(유급)대상인「공무로 인한 휴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 정관준칙도 임신휴직의 경우 보수를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내 사립A여고 김모 교장은『임신한 몸으로 사춘기 학생들 앞에서는 것은 학생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수업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산 전후 1년간 휴직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1년간 보수를 받지 못할 경우 올 가계타격을 감안, 봉급의 일정비율을 지급토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립C국민학교 윤모교사(30)는『첫 아기를 가졌을 때 산휴(산휴)대체강사가 없어 법적으로 보장된 2개월의 휴가를 갖지 못한 경험도 있지만 임신했다고 해서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월급한푼 받지 못한 채 1년간을 쉬어야한다니 이 또한 걱정이며, 휴직후의 복직보장도 문제』라고 했다.
일선 여 교사들은 한결같이『휴직의 경우 국가공무원보수규정을 준용, 일체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면서 임면권자가 휴직을 강요할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과 학교법인 정관은 교권옹호라는 본래의 입법취지에 따라 당연히「본인이 원하는 경우」라는 전제가 붙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근무여교사는 모두7만6천4백90명으로 전체교원 23만5천9백12명의 32·4%, 그 가운데 25세 이상 4O세 이전의 가임율이 높은 교사가 전체 여 교사의 60%에 이르고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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