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 회칠, 기괴한 몸짓의 마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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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토 공연그룹 다이라쿠다칸의 대표작 "카인노우마"의 한 장면.

▶ 김매자(左)씨와 야마자키 고타는 부토나 한국춤이나 몸의 세밀한 움직임에 주목하는 동양춤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박종근 기자

아시아의 현대 무용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부토(舞蹈)'가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2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국립극장 4개 극장에서 진행되는 부토 페스티벌을 통해서다.

아비뇽 페스티벌을 놀라게 한 다이라쿠다칸, '부토의 니진스키'라고 불리는 가사이 아키라(笠井叡) 등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면면들은 일본측 참가자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좀처럼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호화 진용이라는 것. 부토는 1980년대 서구 공연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시애틀.뉴욕.샌프란시스코.런던 등에서 부토 페스티벌이 열릴 만큼 국제적인 예술이다. 하지만 부토에 대한 국내의 이해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무용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고 한다면 부토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번에 초청된 부토 안무가 야마자키 고타(山崎廣太.46)가 22일 오후 창무예술원 김매자(62)씨를 만났다.

한국 전통무용을 현대화한 창작춤으로 80년대 초반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해 온 김씨는 85년 부토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야마자키는 3세대 부토 안무가. 현대무용.발레 등을 섭렵한 후 세네갈.싱가포르 등의 무용단과 공동작업해 온 그는 다양하게 변해가는 무용 부토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인물이다. 김씨와 야마자키의 문답을 통해 부토의 실체, 성공 비결 등을 짚어봤다.

-부토가 구체적으로 어떤 공연인지 궁금하다.

"우선 무용수들이 온 몸에 하얗게 회칠을 한 채 공연한다. 또 사람의 정상적인 동작에서는 볼 수 없는 기괴한 움직임이 많다. 움직임이 지루할 정도로 느리다는 점도 특색이다."

-왜 그런 스타일을 만들게 됐나.

"부토의 창시자인 히지카타 다쓰미(土方)가 59년에 만든 첫 작품 '암흑부토'가 시작이다. 부토라는 이름도 그 작품에서 비롯됐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의 일본 사회는 처참했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소녀가 몸을 팔았다. 그런 상황에서 눈 앞에 널린 죽음, 일본 고유의 정신 등을 표현하기 위해 부토가 탄생됐다. 동양인인 일본인의 신체는 서양인 만큼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부토는 기형적이라는 느낌까지 주는 동양인의 신체를 그대로 드러내 서양 무용에 저항했다."

-어떤 이유로 부토가 서양 무용계에서 환영받았다고 생각하나.

"서양인들에게 낯선 것이었기 때문 아닐까. 부토의 동작은 신체 외부의 공간을 활용한다기 보다 신체 내부의 공간을 파고 든다."

-일본 정부의 지원이 있었나.

"처음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생겼다. 지원 없이는 해외의 부토 페스티벌은 열리지 못한다."

한편 김매자씨도 24.25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우리춤 스타 Big 4 초대전'에서 산조춤 '숨' 등을 선보인다. 부토 페스티벌 공연 문의 02-3216-1185, '우리춤 스타…' 02-2263-4680.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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