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균형발전한다며 나눠먹기한 공공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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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수도권에 소재한 177개 공공기관의 지방 배치계획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광주, 토지공사는 전북, 주택공사는 전남, 도로공사는 경북, 관광공사는 강원도로 본사를 옮기게 됐다. 시.도별로 10~15개씩의 공공기관을 적당히 묶어 배정했다. 많은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했던 한전은 자회사 2개를 끼워 광주에 주는 대신 다른 공공기관은 주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희망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하지만 실은 '나눠먹기식 강제 배치'다. 이전 대상 기관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지자체들의 치열한 유치전 속에 기관별 입지의 효율성은 완전히 배제된 정치적 고려에 의해 분배했다. 이것이 지역 균형발전인가.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이제 막대한 예산 낭비가 뒤따를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이전의 필요성, 이전 비용, 이전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우리는 거듭 촉구했다. 특히 기관별 특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도외시한 '나눠먹기식 지역 할당'만큼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그간의 진행 경과는 우려했던 바대로 철저한 지역별 할당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철저하게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배치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원치 않는 곳으로 강제 이전되는 해당기관의 반발과 원하는 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지자체들의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 지방 균형발전이 아니라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추진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작업은 국가적인 낭비와 비효율이란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 뻔하다. 과연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지방의 균형발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로 인해 빚어지는 재원의 낭비와 업무의 비효율을 상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도 의심스럽다. 이제라도 이전 작업의 일정을 늦추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