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옥득진, 운이 따라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8보 (98~108)]
黑. 원성진 6단 白. 옥득진 2단

흑▲의 완착이 겹쳐 백의 승리가 결정적인 듯싶었으나 옥득진 2단은 축배를 잠시 미뤄야 했다. 우상귀 공략에서 너무 조심하다가 결정타를 놓치고 101까지 백은 아무 성과 없이 물러서고 만 것이다. 바둑은 백이 우세하다지만 덤 승부. 그러니 긴 종반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도전자 결정전이란 젊은 기사들에겐 가슴 벅찬 승부다. 이 판만 이기면 이창호 9단이란 전설적인 고수와 만난다. 이창호와 겨루는 다섯 판의 바둑은 승부 인생이 바뀔 만큼 의미 있는것.

▶ 참고도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손이 떨리게 되고 가슴이 떨리게 된다. 그러다 문득 어깨에 힘이 들어가 수가 저 멀리 빗나가고 만다.

104도 당연한 선수인 듯싶었으나 옥득진은 이 수를 곧 후회하게 된다. 유리할 때는 두텁게 둬야 한다. 불리한 상대가 계속 한 방을 노리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104는 '참고도' 백1 쪽에서 차단해 조그맣게 귀살이를 시켜주는 것이 훨씬 견실했고 집도 손해가 없었다. 실전은 105로 인해 백진이 엷어졌다. 불안한 가운데 계속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108이 프로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큰 곳'이었다. 108은 백△들을 살려낸 20집이 넘는 끝내기.

진즉부터 쌍방 눈독을 들이던 곳이었으나 결국 백에 돌아갔다. 흐름이랄까, 운이랄까.

어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날은 백 쪽을 지원하는 듯 보였다.

원성진 6단은 점점 더 다급해진다. 어딘가를 흔들어 수를 내야 하는데 수는 어렵기만 하고 게다가 초읽기가 저승사자처럼 뒤를 쫓아온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