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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가 있는 음악산책] 좋은 노래는 피 돌기의 촉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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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양수 속에서 태어나 자연히 물과 친근하다. 더 아득한 생명의 시원(始原)이 바닷속이었기에 물의 출렁임은 우리 생명의 원초적 리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 석철주 교수의 동양화 "생활일기"와 필자의 누드 크로키.

전통 가야금 산조 속에서도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왼손으로 열두 줄의 명주실을 누르고 흔들며 연주하면서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때론 시냇물 같고 때론 강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줄을 눌러 흔드는 농현(弄絃) 기법 때문이다. 음파처럼 퍼져 가는 물의 파동인 물결을 묘사한다. 이는 한국 전통음악의 특징이다.

최근 방송인과 학자, 과학자의 합동실험 결과에서 봤듯이 태아가 국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양수와 물의 흔들림을 구현하는 우리 음악이 갖고 있는 자연진동수(natural frequency), 즉 생명의 흔들림 때문이다.

그 자연 리듬의 노래 중에 한강수 타령이 있다. "한강수~라! 깊고 맑은 물~에" 이 노래를 듣고 부르노라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띄워진 배를 탄 듯한 흔들림으로 긴장이 이완되고 기분이 좋아지며 호연지기도 길러져 어느덧 풍류객이 되고 만다. 아래 악보에서 보듯이 그 선율은 넘실대는 강물과도 같다.

최근에 '흔들림'시리즈로 동양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맹물에 적신 붓으로 재빨리 그림을 그리는 화가 석철주가 있다. 나름대로 마음에 품은 형상을 따라 분무기로 뿜어 칠하기도 하면서 일장춘몽의 인생, 한바탕 꿈을 우연의 강물에 띄워 영원한 아름다움과 신비 속으로 흘려보내는 현대판 풍류객이다. 필자의 누드 크로키도 아래로 흐르는 물의 힘을 표현했다.

요즘 수족냉증의 여성이 많은데 온몸에 피가 잘 흐르게 해줘야 한다. 장마철이 없다면 종국엔 논이 말라 쩍쩍 땅이 갈라진다. 몸도 그러지 않으려면 피가 원활히 잘 돌게 해줘야 한다. 피가 잘 돌면 우울증 해소 등 건강은 물론 기미와 주근깨, 잡티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피부가 투명해지고 탄력까지 생겨 젊게 보인다.

좋은 가사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면 물은 육각수가 되어 오랫동안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은 물이 된다. 의식과 물질의 통합이다. 얼마 전 TV 방송이 다큐멘터리로 방영해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이야기다. 이제 더워 땀을 흘릴 때가 아니더라도 평소 물을 많이 마시자.

특히 몸에 지방이 많아 기 순환불량으로 인해 각종 성인병이 생기는 비만한 사람들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러나 벌컥벌컥 급히 마시면 심장 등에 부담을 주게 된다. 버들잎 하나를 띄워 후후 불며 마시게 한 사려 깊음에 반해 결혼이 성사된 김유신 장군의 부인처럼 지혜롭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자.

참,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왜 변기에 물을 절약하는 소변용 물 내림 장치를 안 하는 걸까?

김태곤 가수 (www.kimtaeg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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