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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군무처럼 척척 … 소리만 듣고 다 막아내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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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2일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골볼 4강전에서 공을 막는 손원진(가운데). [사진 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쿵!” “들어간다!” ‘짝짝!’ ‘딸랑딸랑!’ 23일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골볼(goalball) 동메달결정전이 열린 선학국제빙상경기장. 한국과 일본은 ‘소리의 전쟁’을 벌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만 듣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이돌 그룹의 군무처럼 정확했다.

 골볼은 핸드볼과 볼링을 더한 것 같은 종목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시력을 잃은 퇴역 군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고안됐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루며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 아이패치와 고글을 착용한다. 8개의 방울이 들어있는 공을 가로 9m, 세로 1.5m의 골대를 향해 굴린다.

 상대에게 혼동을 주기 위해 투원반 선수처럼 몸을 한 바퀴 돌리기도 하고, 공을 들지 않은 선수가 일부러 움직여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진짜 소리와 가짜 소리가 섞인다. 앞이 보이지 않다 보니 득점은 꽤 어렵다.

 공격보다 수비가 힘들다. 바닥에 엎드려 있다 공이 굴러오는 소리만 듣고 속도와 거리를 판단해야 한다. 몸을 던져 막아내다 서로 부딪히거나 자책골이 나올 수 있다. 대표팀 주장 김민우(27)는 “골볼은 팀워크가 아주 중요한 종목이다. 소리를 통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인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 몸은 성한 데가 없다. 농구공 만한 골볼 전용구의 무게는 1.25㎏. 플레이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맞는다. 김민우는 “처음에는 공이 무서웠다. 무릎·팔꿈치 보호대를 차지만 딱딱한 바닥에 몸을 날리면 온몸이 멍투성이다. 그래도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에 13년 동안 골볼을 했다”며 웃었다. 안마사인 그는 생업을 포기하고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은 이날 6-3으로 앞서다 6-7로 역전패했다. 김철환(34)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 모두 애를 썼는데 어제(22일) 중국과 접전을 펼치면서 체력이 부쳤다. 막판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 뒤 눈물을 쏟은 막내 손원진(21)은 “두 달의 훈련기간이 짧았다. 더 열심히 해서 2년 뒤 브라질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금메달은 실업팀 선수로 구성된 이란이 차지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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