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금융감독 사각지대, 공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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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2012년 전국의 교수사회에 큰 파란이 일었다. 전국교수공제회 임원이 8000여 명의 회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횡령하는 이른바 ‘전국교수공제회’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전국교수공제회는 파산했고 4000여 명의 피해자가 5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부실수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 아직도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상품은 그 내용이 어렵고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피해 규모가 크다. 또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제도 전반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감독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교수공제회 사건은 실질적으로 저축이나 보험기능을 하고 있는 공제회사가 금융감독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보험상품과 동일한 상품을 만들어 운영하는 공제회사가 2011년 현재 54개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에도 새로운 공제회가 출범하는 등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감독 권한은 금감원이 아닌 각 주무부처에 분산돼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 또한 공제 특성을 반영해 자체 법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내용이 민영 보험사와 차이가 있다. 보험회사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임직원 직무 관리 등 내부통제, 재무건전성 관리, 모집질서 규제, 상품검증 등 감독체계가 미비한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적극 나서고자 해도 공제회사의 상품에 관한 사항의 협의만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건전성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의 요청이 없는 한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요청이 있더라도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에 적기에 대처하기에는 제도적인 미비점이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제회사는 소비자 보호체계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 악화 같은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또다시 제2의 ‘전국교수공제회’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제회도 일반 보험회사와 같은 수준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공제감독에 대한 감독주체가 각 부서에 분산돼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공제기관 감독을 금융감독기관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에 입법 예고된 보험업법 개정안에 공제운영자에 대한 위원회 협의 요청 및 공동검사 요구 근거를 새로이 마련했지만 그 실효성은 그다지 높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실효성 있는 감독을 위해서는 공제회사의 운영감독을 보험회사 감독수준으로 의무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현재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한 자본금 등 일부 요건이 소규모 공제회사에게는 너무 부담이 크다는 현실적인 제약 요인도 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2006년에 도입된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업’ 제도와 같은 방안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당시 일본 역시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공제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계약자 보호문제가 크게 부각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업법을 개정, 모든 공제회사는 보험회사로 전환하도록 했다. 대신 가입할 수 있는 계약자를 제한했고 1000명 이하이면서 연간 수입 보험료가 50억 엔(약 49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소액단기보험회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소액단기보험회사는 일반 보험회사와 마찬가지로 책임준비금 적립과 재무건전성 규제를 따라야 하지만 회사 최저자본금이 적다. 운용 자산 제한 등 다른 규제도 일반 보험회사와 다르게 적용 받는다. 2008년 53개의 소액단기보험회사가 활동했으나 올해 79개까지 회사가 늘었으며 보험료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호미로도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문제점이 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그 문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는 교훈을 준다. 현재도 계속 설립되고 있는 공제회사에 대한 감독체계가 보완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전국교수공제회’사건이 터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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