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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학 서울대회 개막] "몸은 남자지만 나는 페미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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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에는 남성 여성학도 30여 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는 여성운동이 초기단계에 있는 남아시아와 중동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도 IIT공대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티아라지 벤카테산(사진(左))과 제하둘 카림 방글라데시 라지샤히대 인류학과 교수도 이번 대회에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과의 인연이 계기가 돼 여성학 공부를 시작했다. 카림은 1987년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인류학자 미셸 로살도의 여성학 연구를 접했다. 여성을 가정에서 사회로 이끌어 내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내용이었다. 꾸준히 여성학 연구를 해 오던 그는 98년 방글라데시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여성학 과정을 개설했다.

학부에서 불교문학을 전공한 벤카테산은 대학원에 와서 여성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학과 여성학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며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비러브드(Beloved)'를 읽고 미국 흑인여성들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몸은 남자지만 나는 확실한 페미니스트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국의 여성 지위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카림은 유니세프의 여성교육 프로그램인 '머더 샐리(Mother Sally)'를 방글라데시에서 주도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부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어린이 교수법을 전수함으로써 문맹률을 낮추는 효과를 올리고 있다. 벤카테산도 지역 공동체에서 주부들에게 여성 권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투쟁이 아닌 일상적인 관점에서 봐 달라고 말한다. 벤카테산은 "한국과 인도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인 전통은 타파의 대상이라기보다 그만큼 여성 인권과 지위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문경란 여성전문기자, 홍주연.박성우.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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