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소장 조선시대서화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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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즈음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을호)에서 열리고 있는 「전남소장 조선시대 서화특별전」이 일반 관람인은 물론 미술사 연구가들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광주박물관이 작년 봄부터 4개월에 걸쳐 광주·목포·해남·강진 등지를 답사하여 이 지역에 산재해있는 개인 소장품 3백여점을 조사하고 이중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1백여점을 추려 전시중이다.
특히 이 소장품들은 대부분 이 지역과 연고가 있던 문인·묵객들의 작품으로서, 대대로 집안에 가전 되어온 점에서 이 지방문화의 한 특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출품작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윤씨 집안(후손 윤영선)에 가전되고 있는 유묵들-.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로 유명한 고산 윤선도의 후예 『산중신곡』, 대담한 구도의 자화상을 남긴 공재 윤두서의 서화집 4권에는 총 80여점의 기화가 들어있으며 그 아들 연옹 윤덕희의 풍속·인물도도 출품되었다.
천주교 박해로 19년 동안이나 강진에 유배되어 『목민심서』 등 저술을 남긴 다산 정약용의 시화집, 나주에 외가가 있던 미수 허목의 서간, 영광에 유배되었던 차봉 조희용의 묵난도, 전주태생의 선비 원기 이광사와 창암 이삼만의 서화들, 한때 진도로 유배되었던 추사 김정희의 현판과 시집들도 볼만한 출품작
한편 나주 출신으로 추정되고 있는 겸재 정선의 작품으론 『금강산 불정대』1점만이 출품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조선시대 많은 유배객들이 이 지역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호남문화라는 지방적 성격을 가장 강하게 나타내주는 작품은 아무래도 진도 출신 소치 허련의 산수화와 괴석·화훼도.
소치는 오늘날 광주 화단의 대명사격인 남화의 뿌리를 내린 장본인으로서, 그의 4대가 모두 화업을 이어받아 현재 남농 허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시회를 주최한 광주박물관 이을호 관장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가장 많은 작품은 소치의 산수화였다고 말하고 이번 전시회는 향토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호남문화의 두드러진 특성임을 다시금 확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회는 오는 3월20일까지 계속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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