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의학전문대학원 하라면 교육의 질 높아지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요즘 신문지상에는 때 아닌 법대교수 초빙 공고가 눈에 많이 띈다. 그것도 실무경력이 있는 현직 변호사들을 교수요원으로 확보하려고 혈안이다. 2008년부터 시행 예정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허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로스쿨은 기존 법학대학 중 적정한 교육환경과 교수요원을 갖춘 8~10곳을 선정해 자격을 주는데, 여기에 끼지 못하면 현재 국내의 97개 법대와 1000여 명에 이르는 법학교수들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어질 판이다. 전국의 법대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다.

그런데 신문 한 귀퉁이에는 이와는 정반대의 기사가 나온다. 의학전문대학원(메디컬스쿨)은 정부가 유치하라고 강권하는 가운데, 대학에서는 오히려 안 하겠다고 버틴다는 것이다. 로스쿨과는 달리 처음 도입 당시에는 조용히 잘 진행돼 가던 메디컬스쿨 문제가 갑자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메디컬스쿨로 전환한 대학은 4개(국립 1개)고, 내년에는 5개 대학(국립 4개)이 추가되며, 그 후년에 1개가 전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4개 대학(모두 국립)이 교육부의 으름장에 눌려 전환 신청을 했다. 이에 반해 서울대는 일부 사립대학과 연합해 교육부의 방침에 정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세계적인 대세'라고 밀어붙이고, 반대 측은 '인적자원의 낭비이며 대학의 자율성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꼬이자 정부는 메디컬스쿨을 설치하지 않는 대학은 로스쿨을 꿈도 꾸지 말라는 식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과연 이 대학들이 로스쿨을 포기하면서까지 메디컬스쿨을 반대할지도 의문이지만, 메디컬스쿨과 로스쿨을 연계시키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메디컬스쿨 전환의 목적이 질 높은 교육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신청만 하면 누구나 허가를 내주고 있다. 질적인 업그레이드의 노력도 없이 단지 신청만 하면 전문대학원으로 바꿔주는 것이 과연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이란 말인가.

필자처럼 기득권(?)을 가진 의사 입장에서는 약대도 6년제로 한다니 의학교육은 8년제로 가자는 데 찬성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의예과가 사라지면 많은 인재가 다양한 학문의 길로 진출해 주면 좋으련만, 올해 대학을 마친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졸업과 동시에 메디컬스쿨로 진학했다. 필자가 아는 서울대 자연대의 교수 한 분은 대학 학부가 의대와 치대 진학을 위한 학원이 돼 버렸고, 우수한 교수요원들마저 다 빼앗겼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교육을 6년에서 8년으로 늘리는 데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상쇄할 만한 이득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또 일부 대학들이 메디컬스쿨 합격자들에게 제시한 엄청난 액수의 등록금은 메디컬스쿨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기존의 의과대학 중에서 준비가 된 대학에 한해 정부가 메디컬스쿨을 허가해 주면, 서로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통해 전환 신청을 할 텐데 정부는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

박지욱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