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91. 조우/해후/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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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삶은 만남의 연속이고, 다양한 만남으로 엮어진다. 만남은 기쁨.사랑.희망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이별.슬픔.상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연한 또는 뜻밖의 만남이 삶에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만남을 뜻하는 단어로 '조우'와 '해후'가 있다.

'조우(遭遇)'는 우연한 만남을, '해후(邂逅)'는 오랫동안 헤어졌다 뜻밖에 다시 만남을 의미한다. 다소 어려운 한자어로, 둘 다 예정되지 않은 만남이란 특징이 있다. 그러나 뜻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새 영화가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남북이 오랜만에 조우했다"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과학과 종교의 해후가 이루어졌다" "경기를 위해 도착한 두 선수는 감독과 반갑게 해후했다"처럼 쓰이기 일쑤나, 우연히 또는 뜻밖에 만난 상황이 아니므로 '조우'와 '해후'가 맞지 않다.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흠잡을 일이 아니지만, 그냥 '만난다'고 해도 될 것을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려운 한자어를 끌어다 썼다.

틀리게 쓰느니 쉬운 말이 낫다. '조우'와 '해후'는 대부분 '만남'으로 해도 의미가 잘 통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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