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설 쓰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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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일하오 경희대의료원 6백65호실. 소설가 이정환씨(53)와 이씨의 부인 박정숙씨(43)·아들 윤재군(23). 딸 진양(21)등 이씨 4가족은 말문을 잊고 있었다.
윤재군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콩팥을 떼 내어 아버지에게 이식하려했던 수술이 윤재군의 콩팥이상 때문에 중단된 후 이번엔 진양이 콩팥이식수술을 하기 위한 정밀신체검사를 마친 것이다.
이씨와 윤재군은 지난10일 상오 나란히 수술대위에 올랐다. 수술담당의사 이희말 박사는 정밀검사 끝에 수술을 시작했으나 막상 윤재군의 콩팥에 두개의 동맥 외에 두개의 가느다란 동맥이 더 있는 것을 발견, 이식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고 수술을 중단했다.
이씨는 자녀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수술을 못하게 하고 유언까지 했으나 남매는 주치의 이 박사를 찾아가 수술을 간청했었다.
이씨는 69년『영기』란 소설로 데뷔했다. 그는 이어 난지도 사람들과 자기가족을 소재로 한 장편『샛강』을 써서 문단에 알려졌다. 6·25의 와중에서 사형수까지 되었다가 8년 징역살이 끝에 석방된 이씨는 이 체험을『사형수 풀려나다』로 썼고『뱀춤』등 화제작도 내놓았다. 70년 초 당뇨병에 걸렸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씨는 79년 당뇨병이 악화돼 그 병발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고 고혈압·신장병을 앓게됐다.
딸 진양의 수술은 건강상태가 완벽할 경우 다음주 초쯤에 있게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싯가 2천만 원 정도)도 이미 이씨의 치료비 때문에 거의 넘어가 있다.
『많은 문인들에게 이미 큰 신세를 졌습니다. 더 이상 그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이씨는 자신의 일이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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