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감사원 또 면죄부 감사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감사원은 행담도 개발 의혹에 대해 도로공사의 편법 사업에 자본 조달 능력이 없는 민간인이 개입한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배임수재 혐의가 있는 행담도개발㈜ 사장과 전 도로공사 사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 청와대 3인에 대해서는 수사 요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찬용 전 인사수석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의 행위는 부당했지만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거침없이 가겠다"고 장담하던 감사 결과가 이 정도인지 정말로 실망스럽다. 지난번 철도공사의 유전 개발 의혹 감사를 쏙 빼닮은 전형적인 대통령 측근과 권력기관 봐주기 감사가 아닐 수 없다.

3인에 대한 감사원의 변호는 눈물겹다. 정 전 수석의 관여 행위는 직무 범위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알선 명목으로 금품.향응을 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비서관의 행동은 문책 사유에는 해당하나 이미 퇴직해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월권 또는 직권남용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이 감사원의 본업이다. 감사 한 달 동안 겨우 이들을 법망에서 제외할 궁리만 하고 있은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양해각서 체결과 정부 지원의향서 발급, 자금 조달 지원 등 이들이 저지른 행위의 유무죄 여부는 검찰의 수사와 사법부의 재판을 거쳐야 확정될 수 있는 사안이다. 감사원이 사법기관을 제치고 면죄부를 줄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유전 개발 의혹에 연루돼 당초 수사요청 대상은 아니었지만 검찰수사를 통해 결국 '내사중지' 신분으로 전락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우를 보라.

이제 실체적 진실 규명은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도공이 사업 범위를 일탈해 해양복합관광휴게시설 사업을 벌이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줄줄이 그 사업에 매달린 이유와 민간 사업자가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한 사정은 과연 무엇인가. 고작 정 전 수석 등 3인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부적절한 행위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